[특별기고] 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가치’ 담겨야

입력 : 2017-12-06 00:00

4차산업혁명 시대에도 농업은 중요 스위스 헌법 등 해외사례 참고할 만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국가나 사회의 가장 기본이 바로 농업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나라는 산업화 과정에서 이 기본이 소외되면서 흔들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업의 정의를 1차산업에 국한하고 있지만, 농업을 중시하고 농업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나라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

예컨대 프랑스에서는 농업을 ‘생물의 라이프사이클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모든 인간의 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프랑스 농수산법전). 농업은 인간의 생존, 의식주, 경제·사회·문화와 직결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핵심이 되는 산업이라는 의미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는 것이다.

농경사회에서 농업은 절대적으로 중요했지만, 산업혁명 이후에도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산업혁명의 성과도 농업부문에 가장 먼저 적용됐고, 과학기술의 발달도 농업의 필요에 맞춰 시작됐다. 자동차의 왕 포드(Ford) 신화는 농기계 회사에서 출발했다.

4차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인 인공지능(AI)·드론·빅데이터·무인자동차·스마트시설 등은 농업부문에서 먼저 상용화됐다. 따라서 4차산업혁명 시대인 오늘날에도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은 여전히 진리인데, 우리나라만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국가의 최상위 규범인 헌법을 보자. 우리도 스위스처럼 헌법에 식량안보, 인구의 지역분산, 생태학적 요건 충족 등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담을 필요가 있다.

귀농·귀촌을 지원하는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포르투갈 헌법(제97조 제1항)처럼 ‘중소 가족농, 중소 협동조합에 우선적 지원’과 같은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헝가리 헌법(P조 제1항)의 ‘농지산림 및 식수생물학적 다양성은 국가의 공동유산을 구성하고, 국가와 각 개인은 이를 보호·유지해 미래세대를 위해 보전할 의무가 있다’는 규정이라든가 멕시코 헌법(제27조 제8항)의 ‘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식량보장을 포함한 적절한 지역개발’을 위한 규정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국가는 농업이 식량안보· 식량주권의 근본임을 인식하고 지속가능한 농업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규정과 농업보호 외에 토양난민(soil refugee)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토양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규정을 헌법에 명시하는 문제도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국·프랑스·독일·일본 같은 선진국은 실행 가능할 정도로 농업기본법을 갖추고 있고, 개별 법률로 세심하게 농업육성을 위한 원칙 등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비교법적 사례에 비춰보건대, 헌법은 국가의 최고법이자 국가의 기본 방향과 골격을 정하는 기본법이다. 그러므로 헌법 속에는 농업 관련 규정의 중요 근거만 제시하고,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하위 법령에 위임하는 것이 전체 법질서의 통일성과 체계성에 더 들어맞는다고 판단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평생 흙과 더불어 성실한 삶을 살다가신 부모님을 가장 존경하며, 이러한 부모님을 둔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으로서 비교헌법적인 관점에서 농업과 관련된 핵심적인 사항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으로 헌법개정 논의에서 이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고문현 (한국헌법학회장, 숭실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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