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의학이야기] 다운증후군 단상

입력 : 2021-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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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전검사로 확인 땐 임신 중단 주위에도 출산 대신 낙태 권해

잔드라 슐츠가 경험 엮은 책엔 다운증후군 아이 낳고 키워도

다른 부모보다 행복하다 전해

 

제목이 좀 길긴 한데 <엄마는 너를 기다리면서, 희망을 잃지 않는 법을 배웠어>라는 책이 있다. ‘잔드라 슐츠’라는 독일 저널리스트가 자신의 경험을 엮은 이 책은 제목에 써 있는 ‘희망’이라는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아픈 아이에 대해 다룬다. 사람에게는 23쌍의 염색체가 있는데 그중 태아의 21번 염색체에 기형이 생기는 병, 일명 다운증후군 이야기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다운증후군 환자의 수명은 30세를 넘기지 못했다. 둥근 얼굴에 풀린 눈, 작은 키 등의 특징 외에도 다운증후군 환자들은 심혈관계 질환을 비롯한 각종 질병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의학이 발달한 요즘에는 다운증후군이라도 50세 정도까지 살 수 있단다. 이게 꼭 좋은 일인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를 수 있으리라. 영화 <말아톤>에 나오는 것처럼 장애아를 가진 부모의 한결같은 소원은 자신이 저 아이보다 하루라도 더 사는 것인데, 수명이 20년 늘어나는 바람에 부모의 부담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니 말이다.

과거와 달리 요즘엔 주위에서 다운증후군 환자를 보기 힘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그건 막연한 생각이 아닌 팩트다. 태아 목덜미를 보는 목투명대 검사, 임산부 혈액을 통한 쿼드 검사, 양수 검사나 융모막 검사 등 다운증후군을 감별하는 산전검사에서 다운증후군이 확인될 경우 부모 대부분이 임신을 중단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다운증후군 아이를 임신했는데 아내가 출산을 원합니다’라는 글에 달린 댓글을 보자. ‘저도 장애아를 키우지만 아이를 생각한다면 이 힘든 세상 살게 하고 싶지 않아요’ ‘장애아는 부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전체의 문제입니다. 장애아를 낳겠다는 건 곧 다른 자식의 인권을 빼앗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당장은 아니어도 언젠가 후회합니다. 정상인 아이도 키우기 힘든 세상이에요’ 등등 대부분 댓글이 부정적이다. 우리나라에서 낙태를 허용하는 기준에 다운증후군은 포함돼 있지 않지만, 이게 엄격히 지켜지는 건 아니기에 서슴없이 낙태를 권하는 것이리라.

그런데도 다운증후군 아이가 가끔씩 태어나는 건 산전검사가 언제나 정확하진 않기 때문이다. ‘다운증후군 고위험군’ 진단을 받고도 정상 아이가 태어날 수 있듯이, 검사는 정상이었는데 아이를 낳고 보니 다운증후군인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만일 산전검사가 100% 정확하다면 다운증후군 아이는 훨씬 더 줄어들지 모른다.

다시 책 얘기로 돌아가자. 임신한 지 3개월이 지났을 때 잔드라는 자기 아이가 다운증후군임을 알게 된다. 그럴 리 없다고 검사를 더 해보지만 시행한 모든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자 잔드라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다운증후군 낙태가 불법인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에선 낙태가 가능하기에 의사는 물론 주위에서도 낙태를 권한다. 하지만 잔드라는 선뜻 그 아이를 지우지 못한다. “배 속에 있는 아이가 죽으면 나의 어딘가도 같이 죽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임신 과정에서 진행되는 숱한 검사들이 결국 장애아를 선별하고, 사회에 적합한 아이만 탄생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이에겐 다운증후군뿐 아니라 뇌수종과 심장 결손까지 있다는 게 드러난다. 이쯤 되면 포기할 만도 하지만 잔드라는 결국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다. 700g의 체중으로 태어난 그 아이는 두번의 뇌수술과 두번의 심장 수술을 거친 끝에 살아남았다.

많은 이들이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후회하겠지? 괜히 낳았다고.’

하지만 막상 다운증후군 아이를 키우는 잔드라는 생각이 좀 다르다. 보통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돈을 많이 벌어 성공하길 바란다. 하지만 특별한 아이를 둔 엄마들은 그렇지 않다. 잔드라는 “이 부모들은 아이들이 그저 건강하게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고, 사회의 한 일원으로 하루하루 그저 행복하게 살아가기만을 바란다”고 말한다. 그래서 다른 부모보다 더 행복할 수 있단다. 왜? “그 기대만큼 아이들이 조금씩 달라질 때, 하루하루 한발짝씩 사회로 나아갈 때 엄마들은 많이 기쁘고 행복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아마 대부분 그럴 것이다. 그래도 ‘정상’이 무엇인지에 대해 외로운 투쟁을 해나가는 잔드라를 응원해주자. ‘정상’만이 숭배되는 세상에선 언제든 ‘나’도 비정상으로 규정될 수 있으니 말이다.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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