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의학이야기] 백신의 추억 ② 백신 반대 운동의 허실

입력 : 2021-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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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 변호사 뒷돈 받고 위험성 조작

“백신 반대” 여론 빠르게 퍼져 사라졌던 홍역 전세계 재창궐

백신, 간혹 부작용도 생기지만 감염병서 인류 구한 공로 지대

 

백신은 아이들이 어릴 때 죽는 것을 막아주고, 살아생전 다른 감염병에 걸리는 것도 예방해준다. 100여년 전만 해도 40세가 채 못 됐던 인간의 수명이 좀 사는 나라 기준으로 80세가 넘게 된 건 순전히 백신 덕분이니, 이런 백신에 고마워하기는커녕 불만을 느끼는 게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꼭 이치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공기’를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는 숨을 쉴 때 공기를 들이마시지만, 숨을 쉴 때마다 공기에게 고마워하는 이는 없다. 오히려 사람들은 공기의 질을 따진다. 공기 중에 오염 물질이 얼마나 되는지, 미세먼지 농도는 높은지 여부를 따져서, 공기가 좀 더럽다 싶으면 마스크를 쓰거나 집 밖에 나가지 않으려 한다. 공기 입장에서 보면 어이없을 것이다. 자기들이 없으면 단 10초도 버티지 못하는 인간들이 ‘질이 좋네, 안 좋네’ 따지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공기 오염도 다 인간들이 저질러 놓은 것 아닌가? 이게 다 공기가 우리 주위에 충분히 있어서, 공짜로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이라도 우주에 나가 공기가 부족해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면 공기의 고마움을 평생 간직하겠지만, 우주로 나가본 이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백신도 마찬가지다. 웬만한 나라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백신을 무료로 접종해주며, 그 종류도 한둘이 아니다. 온갖 세균과 바이러스를 다 막아준 결과 사람들은 그 병의 존재를 잊는다. 홍역을 생각해보자. 과거 홍역은 아이들을 못살게 굴던 병이었다. 처음에 열이 나고 기침과 콧물이 나더니, 발진이 생겨 온몸으로 퍼진다. 심한 경우 합병증이 생겨 폐를 망가뜨리고, 마비 같은 신경계 증상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무서운 병이 아이들에게 숙명처럼 찾아왔으니, ‘홍역을 치렀다’라는 속담이 생긴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백신이 생기고 난 뒤 홍역은 없어지다시피 했고, 이제 홍역에 걸릴까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홍역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홍역을 치르다’는 속담을 쓰는 이도 줄어들었다. 주위 사람 중 누군가가 홍역으로 고생하는 걸 본다면 홍역 백신의 고마움을 평생 간직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 홍역 환자를 보는 건 이제 어려운 일이 됐다.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게 된 이들이 공기의 질을 따지는 것처럼, 홍역 백신의 고마움을 모르는 이들은 어쩌다 발생하는 부작용에 눈을 돌렸다. 백신 접종은 외부에서 이물질을 투입하는 것으로, 부작용이 생기는 건 필연적이다. 대부분의 부작용은 가볍게 끝나지만, 알레르기 반응이 심한 이라면 쇼크에 빠질 수도 있다. 홍역 백신의 이득은 피부로 느껴지지 않지만 부작용은 바로 알 수 있으니, ‘이 백신을 맞아야 할까?’라는 의문이 생기는 건 충분히 이해된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이가 ‘앤드루 웨이크필드(Andrew Wakefield)’라는 영국의 의사다. 그는 홍역 백신을 맞은 아이들에게서 자폐증이 생겼다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자폐증이 치료도 안되는 심각한 병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소식이긴 하다. 문제는 그가 백신업체와 소송을 벌이는 변호사들로부터 7000만원가량을 받고 자료를 조작했다는 것. 그 결과 웨이크필드는 논문이 취소되고 의사 면허까지 박탈당했지만, 사람들은 그가 거대 백신회사의 음모를 파헤치다 보복당한 것으로 여기며 그를 추종하기 시작한다. 홍역 백신과 자폐증의 관계는 그 뒤 시행된 어느 연구에서도 증명된 바 없지만 한번 시작된 백신 반대 운동은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로 확산됐고,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이미 사라진 병으로 여겨진 홍역이 다시 창궐하기 시작했는데, 2018년말∼2019년초에는 전세계에 홍역이 유행해 우리나라에도 194명의 홍역 환자가 생기기도 했다.

물론 백신이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다. 결핵균은 백신을 맞은 이도 감염시킴으로써 백신의 효과에 대해 회의하게 만들고, 사람에 따라 백신 접종 후에도 항체가 잘 생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 독감 백신을 맞아도 독감에 걸리는 이가 생기는 건 바로 그 때문. 그렇긴 해도 백신은 수많은 이를 감염의 공포로부터 구해준, 현대 의학의 총아다. 인터넷을 보니 천연두에 걸려 몸 전체에 흉터가 생긴 아이 사진이 올라와 있다. 그 아이는 백신을 사무치게 그리워하지 않았을까.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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