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포럼] 여성농민이 행복한 2020년을 기대한다

입력 : 2020-01-29 00:00 수정 : 2020-01-29 00:54

지난해 신설된 농식품부 여성정책팀 농촌지역 양성평등문화 확산 힘써야
 


경자년 새해가 밝은 지 어느덧 한달이 돼간다. 누구나 새해에는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을 품는다. 여성농민들도 마찬가지다. 여성농민들은 농업에 종사하는 엄연한 직업인이다. 그럼에도 남편만 경영주로 인식된 탓에 적합한 위상과 혜택을 보장받지 못한 채 단순 농업보조자로 질곡의 세월을 보내왔다. 그러나 농가인구의 고령화가 심화되고 신규인력의 유입이 저조한 오늘날의 농업·농촌에선 여성농민 없이 농사와 마을사업 등 어느 것 하나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21세기를 감성(Feeling)·상상력(Fiction)·여성(Female)이 주도하는 ‘3F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업도 예외는 아니다. 소비자는 여성농민이 감성과 상상력을 불어넣어 생산한 농산물을 선호한다. 여성의 부드럽고 친근한 리더십은 지역사회의 단합에 기여하고 있다. 시장개방화와 고령화 시대에 여성농민은 부족한 농업인력의 대안이다. 또한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부응하는 경영자이자 농촌사회의 활력을 증진시키는 리더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남성 중심의 문화와 제도적 틀 안에는 여성농민의 경제·사회 활동을 가로막는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 이로 인해 여성농민은 제 역할에 상응하는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고 농업의 주체인력으로 발전하는 데 한계에 부딪히곤 한다. 공동경영주로서의 지위 미약, 농사일과 가사의 이중노동 부담, 자녀 양육·교육, 영농기술·경영능력 부족, 마케팅·정보활용 능력 부족, 리더십 부족 등은 여성농민들의 주요 애로사항이다.

농업·농촌 여건 변화로 인해 여성농민의 활동영역은 더 넓어지고 역할과 비중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의 핵심인력으로 부상한 여성농민의 경영능력과 활동성과에 따라 향후 농업경쟁력과 농촌발전이 크게 좌우될 것이다. 따라서 농업인력 육성뿐만 아니라 우리 농업·농촌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체계적인 여성농민 육성정책이 필요하다.

종합적이고 중장기적인 여성농민정책 수립과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정책 실행을 위해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안에 농촌여성정책팀이 신설됐다. 이로써 여성농민정책의 종합적인 분석이나 새로운 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올해 농식품부의 시행계획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농촌지역 내 양성평등문화 확산 관련 사업이다. 가부장적인 유교문화와 전통적인 공동체 사회의 특징이 남아 있는 농촌지역은 성차별·성희롱·성폭력·가정폭력 등의 문제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영농활동에서 여성농민이 겪는 차별문제는 일반 여성들이 받는 차별과 다른 양상을 띠기 때문에 다른 부처사업의 손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여성농민의 삶을 바꾸는 현장밀착형 정책 실현을 위해서는 영농현장과 농촌지역의 양성평등문화 정착이 선결과제가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2020년 농민장기교육과정에 양성평등 교육과정을 추가하고, 농촌지역 특화 양성평등 강사를 양성해 농촌지역의 양성평등 인식을 확대한다는 계획은 농촌 현실을 반영한 좋은 정책 사례로 볼 수 있다.

여성농민 육성 시행계획이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추진되려면 무엇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유기적인 협조와 적극적인 추진력이 필요하다. 지자체에서 자체 실정에 맞는 시행계획을 수립·추진하려면 지자체의 여성농민 전담부서 설치, 여성농민 육성 지원조례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12년 만에 다시 설치된 여성농민 전담부서의 야심 찬 시행계획이 제대로 추진돼 여성농민이 행복한 한해가 되길 희망한다.

강혜정 (전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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