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포럼] 발해인들처럼 돼지고기로 추위를 이기자

입력 : 2019-12-09 00:00

ASF, 100년간 사람 감염 ‘전무’ 연말모임 다양한 메뉴로 즐기길
 


한 고고학자에 따르면 발해인은 돼지고기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추운 지역이라 돼지 사육이 쉽지 않았음에도 돼지고기를 좋아했던 이유는 겨울을 나는 데 필요한 열량을 얻기 위해서였다.

사실 돼지고기 사랑은 발해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다. 2018년 기준 우리 국민 1인당 육류 소비량은 53.9㎏이고, 그중 돼지고기는 27㎏으로 절반을 차지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삼겹살·불고기·돈가스·갈비찜·순대·족발 등 다양한 요리로 돼지고기를 즐겨 먹었다.

그러나 국내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10월 돼지고기 소비량’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달보다 소비를 줄였다’는 응답이 45.4%였다. 그 이유로는 ‘안전성이 의심돼서’라는 답변이 70.3%로 가장 많았다. 이러한 소비위축은 돼지고기가격에 영향을 주게 됐고, ASF보다 소비위축이 더 무섭다는 말도 나왔다. 돼지고기의 안전성을 걱정하는 소비자들을 보는 필자의 마음은 누구보다 무겁다.

ASF에 걸린 돼지고기가 우리 밥상에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는 축산물이력제 중 돼지이력관리를 통해 사육농가와 돼지고기 유통에 대한 거래단계별 정보를 기록·관리하고 있다. 일단 ASF가 발병하면 해당 농가의 돼지는 물론 주변의 돼지도 모두 살처분한다. 질병 발생신고 날짜 이전에 출하하거나 도축한 돼지가 있으면 이력을 추적해 전량폐기한다. 도축과정에서도 검역관이 검사해 최종적으로 합격판정을 내린 안전한 돼지고기만 유통한다. 투명한 생산과정과 엄격한 품질관리를 거친 돼지고기만 시중에 유통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이 ASF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없다는 것은 국내외 과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ASF 바이러스는 돼지과 동물의 특정 세포에서만 증식할 수 있으며 사람 세포에서는 살 수 없다. 물속에서만 사는 생물이 육지에서 서식할 수 없는 것처럼 세포의 환경이 달라 살 수 없는 것이다. ASF는 지난 100년간 50개국에서 발병했지만 사람 감염보고는 단 한건도 없다.

저온환경에 강한 ASF 바이러스는 고온에는 약해 70℃ 이상에서 30분간 가열하면 완전히 사멸된다. 우리는 그동안 돼지고기를 늘 익혀서 먹어왔다는 점을 기억하자. 돼지고기 섭취로 인한 ASF 감염을 우려하는 것과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하는 것이 무엇이 다를까 싶다.

돼지고기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멀리하기에 너무나 맛있고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또한 면역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알부민 성분과 비타민B1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체력증진과 질병예방에 효과적이다. 장수인들이 많다는 일본 오키나와 주민들의 돼지고기 섭취량은 일본 본토보다 무려 10배가량 많다고 하니 건강을 위해서도 돼지고기를 가까이하는 것이 좋다. 

ASF는 10월9일 경기 연천을 끝으로 두달간 추가발생하지 않고 있다. 양돈산업을 지키기 위한 정부와 농가의 필사적인 노력 덕분이다. 이토록 힘들게 ASF를 막아내는 이유는 양돈산업이 국가 중요산업이자 식량안보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근거 없는 걱정과 불안으로 양돈농가가 이중고를 겪지 않도록 소비자들이 현명한 판단을 해주길 당부한다.  

날씨가 하루가 다르게 쌀쌀해진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돼지고기를 먹었다는 발해인들처럼 올겨울에는 돼지고기를 자주 즐겨보면 어떨까. 잦아지는 연말모임 메뉴로 삼겹살도 좋고 족발·돈가스도 좋다. 이를 통해 양돈농가도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양창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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