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포럼] 농산물 유통과 블록체인기술

입력 : 2019-09-20 00:00 수정 : 2019-09-21 23:53

생산이력 추적으로 신뢰 구축 출혈경쟁 대신 안전성 승부를
 


2016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화두로 제시된 4차산업혁명 시대의 기술변화는 전세계 산업에 부단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시 포럼에선 2025년까지 블록체인기술과 접목된 새로운 사업들이 각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블록체인은 거래정보를 특정 중앙서버에 보관하지 않고 네트워크 내 모든 컴퓨터에 분산해 저장하는 기술이다. 블록체인기술이 안전한 이유는 거래정보를 위·변조하기 위해선 블록을 분산해서 보관하는 모든 참여자의 거래장부(원장)를 한꺼번에 바꿔야 하는데, 이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한두명의 거래장부는 기록을 바꾸거나 해킹할 수 있겠지만, 동일한 거래장부가 수십만명에게 저장돼 있다면 동시에 위·변조하는 것이 어렵다는 말이다. 이러한 이유로 4차산업혁명의 산물인 블록체인기술은 ‘제2의 인터넷 혁명’이라 불리기도 한다.

블록체인기술은 농산물 유통의 안정성을 월등하게 높이는 데도 활용할 수 있어 농산업분야에 일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 선진국에선 블록체인기술을 농산물 유통에 활발하게 접목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슈퍼마켓 체인인 알버트 하인이 그 예다. 알버트 하인은 음료회사인 레프레스코사와 협력해 오렌지가 브라질에서 네덜란드로 오기까지의 모든 정보를 블록체인기술과 접목한 큐알(QR)코드에 담았다. 이를 통해 알버트 하인의 소비자는 스마트폰으로 해당 제품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오렌지의 수확 시기와 당도, 제조공정·유통 이력 등을 5초 이내에 확인할 수 있다.

유럽의 유통업체인 까르푸는 방사해 사육한 닭의 생산이력을 추적하는 데 이미 블록체인기술을 이용하고 있으며, 달걀·치즈·우유·연어 등 신선도가 중요한 식품으로 도입범위를 넓히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이노랩이 유기농산물 품질검증시스템에 블록체인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이노랩은 블록체인기술 덕분에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어 매출증대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중국 월마트도 블록체인기술을 이용해 중국산 돼지고기와 미국산 망고 제품의 제조·유통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과거에는 제품이력과 유통정보를 확인하기까지 수주일이나 필요했던 시간을 블록체인기술을 활용해 20초 내로 단축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블록체인기술 및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축산물 이력관리시스템을 전북지역에 시범구축해 올해 1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또한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이버거래소에 블록체인기술을 접목, 공공급식지원센터 플랫폼 운영을 통해 물류·유통·안전관리가 확보된 ‘식재료 안전 공급채널’을 구축하고 있다.

농산물 생산자와 식품제조업체는 해킹이 불가능한 블록체인기술로 농산물 유통의 안정성을 확보해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신뢰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다. 농민들이 농산물을 수출할 때 제품의 가격만으로 승부를 보려 하면 출혈경쟁으로 인해 적정이윤을 담보 받을 수 없다.

반면 블록체인기술이 적용된 농산물을 수출하면 수입자는 해당 제품의 품질을 신뢰하게 되고, 수출단계에서 발생한 문제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 농산물을 수입하는 바이어 역시 해당 국가에서 농산물 신뢰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 과거의 소비자들은 농산물을 구매할 때 가격을 중요하게 여겼지만, 최근엔 안전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이제 우리 정부도 블록체인기술을 농산물에 접목하는 연구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나아가 친환경농산물인증과 유사한 형태의 블록체인 공인인증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천동암 (aT농식품유통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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