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포럼] 농업회의소, 현장의 중론화를 위해서

입력 : 2017-11-22 00:00 수정 : 2018-03-02 17:37

농업·농촌의 ‘현장 의견’ 모아낼 민관 농정협치시스템 구축 절실
 


대중이 공통으로 제시하는 의견을 일컬어 ‘여론(輿論)’이라 한다. 그 여론에 가까이 다가가 있거나 중심에 있는 사람은 자연스레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농업계에서도 ‘여론’이라는 용어를 자주 쓰지만, 경우에 따라 여러 사람의 보편적 생각 또는 ‘현장의 의견’을 뜻하는 ‘중론(衆論)’이란 용어도 종종 쓰인다. ‘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각계의 모습을 조명하는 언론들이 이 ‘중론’이란 말을 잘 활용한다. 그들은 현장에서 만난 농민에게 “나도 농민의 자식”이란 말로 살갑게 첫인사를 하거나 “어릴 때 가난한 부모님 농사를 돕느라 고생 많이 했다”며 공감을 이끌어내는 멘트로 ‘중론’과 밀접한 관계임을 내세운다.

농업계의 여론은 생산자인 농민만이 독점하는 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여기에는 전후방 산업의 수많은 종사자와 학계 연구자, 관련 공무원까지 포함될 수 있다. 그렇지만 농업·농촌의 ‘현장 의견’이라 함은 직접 생산에 발을 붙이고 있는 농민에 국한한다고 해도 크게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으리라고 본다. 그리고 비록 농민수가 크게 줄어들고 그중의 절대다수는 처지가 비슷한 고령농이거나 소규모 농가라 할지라도 ‘현장 의견’이 하나로 일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농민들의 자조적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며 숱한 농민단체들이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고 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일상이다. 줄어들고 쪼그라드는 농민수에 비해 법인이나 단체의 규합과 결성이 여전히 빈번한 것은 농업의 위기감에서 오는 또 다른 항변이기도 하다.

그간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각종 위원회나 심의회를 운영하며 필요에 따라서 농업계의 대표자들을 한자리에 모아왔다. 하지만 이것은 관치에 익숙한 민간에 소위 ‘협치’라는 명분으로 정책 결정의 책임을 나눈 것에 불과했다고 할 수 있다. 법적인 제도와 틀 안팎을 넘나들며 ‘현장’의 의견을 모아내고, 거기서 정제된 중론을 바탕으로 책임감 있게 공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민간’의 대표 조직이자 ‘민관’ 농정협치시스템의 구축은 그래서 더욱 절실하다. 공적인 역할이라 한다면 헌법에 보장된 농지의 보전, 농민에 대한 자격 부여, 직불금 관련 제반 업무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최근 지방분권형 농정을 위해 농업회의소가 주목받고 있다. 현장 몇곳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며 시범사업 과정에 있고,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 발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며, 급기야 대통령의 농정공약에 전면 배치되면서 최근 농업회의소의 법제화는 새로운 갈림길에 섰다.

법 자체가 만능이겠는가만, 지방농정의 주체적이고 긍정적인 변화를 고민하는 농민들과 행정당국이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다양한 정책과 사업의 입안, 인력의 발굴과 육성에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 농업회의소 활동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고 민관으로부터 모두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법적인 틀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더욱 다양한 농업 현장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농업회의소가 관변화되리라는 우려가 크다면, 한때 농사지었던 경험만 있는 ‘농민의 자식’에 의해 농정이 굴러가게 하기보다는, 농토를 딛고 선 진짜 현장 농민과 단체들이 적극 참여해 여론을 체계적으로 반영해나가면 될 것이다.

김훈규 (농어업정책포럼 거버넌스분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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