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포럼]FTA 시대 ‘레몬시장’을 경계해야

입력 : 2017-09-13 00:00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파동’으로 식품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밑바닥까지 추락했다. 시장에서 소비자와 공급자간 신뢰가 깨지고 나면 다시 회복하기란 쉽지 않다. 소비자의 건강 혹은 생명과 직결된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조지 애컬로프 교수의 ‘레몬시장(Lemon Market) 이론’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 이론은 중고차시장에서 발생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잘 설명해준다. 중고차시장에서 정보를 독점한 판매자가 결함이 있는 불량 자동차를 판매하면 구매자는 손해를 본다. 이러한 불공정 거래가 반복되고 정보의 비대칭성이 고착화되면, 판매자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구매자는 더이상 판매자를 신뢰하지 않게 되고 우량 상품에 대해서도 평가절하한다. 결국 시장에서 우량 상품은 모두 퇴출당하고 불량 상품만 남게 되는 것이다.

농식품시장에서도 레몬시장 이론이 성립한다.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같은 불량 식품이 시장에 유통되고 이에 대한 정보를 판매자나 생산자가 독점하면 아무리 안전한 친환경달걀이라고 할지라도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산 농식품이 국내시장에서 대표적인 ‘레몬’으로 인식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당초 중국에서 수입된 농식품은 대부분 저가의 저질 상품 위주였고, 멜라민 분유, 쓰레기 만두, 기생충알 김치, 납 꽃게 등 일련의 식품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레몬’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우량 농식품이 국내 시장에서 그 입지를 다지기가 만만치 않게 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시대를 맞아 시장개방화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국산 농식품의 레몬시장화를 경계해야 한다.

첫째, 국내 소비자의 국산 농식품에 대한 불신은 외국산 농식품의 수입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외국산과 비교해 국산은 가격경쟁력에서 크게 밀리지만, 안전성 등 품질면에서 우수하다고 인식되고 있다. 만약 품질에 대한 신뢰마저 잃게 되면 국내 농식품시장에서 국산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둘째, 국산 농식품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격에서 비교열위에 있는 국산 농식품은 고품질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식품안전사고 등으로 국산 농식품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손상되면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FTA 체결과 더불어 정부는 국내 농업의 경쟁력 제고와 농가의 경영안정을 목적으로 FTA 국내 보완대책을 수립·추진 중이다. 대책 중에는 농식품 안전성과 품질 향상을 위한 사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 축산물이력제,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HACCP) 컨설팅, 친환경농업직불제, 친환경농업 기반 구축, 친환경농산물 유통활성화 사업 등이다. 이는 FTA 시대를 맞아 국산 농식품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안전성과 품질 향상이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앞으로 농업계는 국산 농산물의 안전성과 품질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관리당국은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하고, ‘레몬시장’의 주요 원인인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명한 정보공개를 유도해야 한다. 생산자는 눈앞의 이익 때문에 초래되는 도덕적 해이를 경계해야 한다. 소수 생산자의 비양심적 행위 때문에 해당 상품에 ‘레몬’이란 낙인이 찍히면 결국 그 영향이 업계 전체로 미친다. 이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대다수 양심적 생산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더 나아가 FTA 시대 우리농산물의 경쟁력은 곧 소비자의 신뢰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성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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