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산지조직화 이대로 멈추면 안돼

입력 : 2021-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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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품과 가공식품은 제조업자가 생산비에 이윤을 더한 가격으로 시장에 출하하지만, 농산물은 시장에서 수급 상황이 반영되는 과정을 통해 가격 결정이 이뤄진다. 따라서 농산물은 상품의 품질, 시장정보력, 가격교섭력 등의 요인이 가격 결정 과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농산물 품질은 생산기술 측면에서 과거보다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등급화·표준화를 바탕으로 한 농산물시장 출하는 여전히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또 자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누구도 수급 상황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게 농산물의 특성이다. 농민들이 수급 상황이 반영된 가격 결정정보를 갖고 시장에 출하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영세 소규모 생산자와 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시장 판매가 이뤄지는 현실로 인해 자본력이 강한 대형 소매점이나 중간유통상인에 비해 산지의 시장교섭력이 현저히 뒤떨어지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는 제로섬게임이라는 유통시장의 특성상 시장교섭력이 큰 소비지 자본으로부터 도매와 산지 쪽으로 리스크를 하향 압박하는 현상을 심화한다. 결국에는 시장교섭력이 가장 작은 영세한 생산자나 생산자단체로 그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처럼 산지의 강력한 조직화를 바탕으로 최저가격과 같은 최소한의 가격교섭력이 작용할 여지가 한국에서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등 다양한 물적 기반 구축사업을 중점 실시하며 광범위한 산지조직 활성화에 나섰다.

그 결과 적어도 산지조직의 양적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하드웨어부문의 성과 이후 내실 있는 조직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실종된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산지의 경쟁력과 시장교섭력을 강화하려면 소프트웨어부문의 산지조직화 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만 한다. 지금부터라도 산지조직의 내실화·충실화가 왜 지지부진한지, 생산·유통 구조에 적합한 품목군별 산지조직의 유형과 발전 방향 등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

산지조직의 활성화는 단지 산지유통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급 조절, 푸드플랜 등 다양한 당면 정책과제에 대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한 정책파트너 주체 형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권승구 (동국대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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