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ASF 권역화 정책 철회해야

입력 : 2021-02-08 00:00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 건수가 4일 기준 1024건을 기록하며 전국 상재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정부가 방역대책으로 내놓은 ‘권역화’방안은 타당성과 실효성이 떨어져 철회가 시급하다. 우선 야생멧돼지의 서식밀도와 생태학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16개 행정구역 단위로 분류한 권역화는 생태학적오류(Ecological fallacy)다. 인위적인 교란이 없다면 ASF 감염 야생멧돼지는 장거리 이동을 하지 않는다는 생태학적 특성이 있다. ASF가 구제역(FMD)과 달리 치명률은 매우 높지만, 전염력은 매우 낮다는 특성도 고려돼야 한다.

즉, ASF는 발생농장 위주의 선별적 살처분만으로도 충분히 확산을 막을 수 있다. 행정구역 단위로 일률적인 조치를 시행하는 것은 양돈업과 연관산업에 큰 피해를 끼치는 무리한 조치다.

전세계적으로도 ASF 방역에 권역화 개념을 사용한 국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유럽에서처럼 농장·야생멧돼지 모두 ASF가 발생한 지역, 야생멧돼지에서만 ASF가 발생한 지역, ASF 비발생지역이지만 고강도의 예찰이 필요한 고위험지역 등으로 구분해 예찰을 강화하는 것이 방역에 효과적이다.

또 방역 관련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르면 “제1종 가축전염병이 자주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높은 지역을 중점방역관리지구로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때 ‘발생할 우려가 높은 지역’을 판단할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에 위험도 평가가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 2019년 9월 국내 최초로 ASF가 발생한 이후 정부가 이와 관련해서 위험도 평가를 실시한 사실이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규제 도입 대상인 농가들에도 공개해야 한다. 그 이후 농가에 이해를 구하고 중점방역관리지구를 설정하거나 방역대책을 도입하는 것이 순서다.

지금은 정확도가 낮은 ‘융단폭격(권역화)’이 아니라 ‘정밀타격’이 필요하다. 정부는 ASF 방역의 3대 핵심과제인 ‘비발생지역에 대한 야생멧돼지 개체수 선제적 감축’ ‘폐사체 신속 제거’ ‘지역 단위 울타리 설치’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환경부의 “민통선 이북지역을 포함, 1차 차단지역과 경계지역의 야생멧돼지를 전면 제거하겠다”는 공언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광역울타리는 99.5%의 차단효과가 있다”는 환경부의 주장이 타당한지 등을 면밀히 검토할 때다.

2021년에는 축산업과 방역이 조화를 이루고 실효성 높은 방역정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박선일 (강원대 수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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