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축산물 수급조절협의회, 실효성 있는 활동 펼치려면

입력 : 2020-05-22 00:00


최근 개정된 축산법에는 축산물 수급조절협의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자문기구인 축산물 수급조절협의회를 설치해 축종별 수급안정 대책을 수립하고 가격안정을 위한 제도를 운영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축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이나 ‘축산계열화사업에 관한 법률’ 등 각종 농축산물 관련법은 이미 농축산물에 대한 수급안정을 다루고 있다. 그럼에도 축산법을 개정한 건 그간 실효성 있는 축산물 수급조절사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의사결정과 예산집행 절차를 거쳐야 해 꼭 필요한 시기를 놓치거나, 수급조절 후에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 의혹을 받는 일이 반복돼왔다.

당장 지난해 여름만 해도 복(伏)경기가 예년 같지 않아 토종닭 산지값이 생산비 이하로 떨어졌지만 수급조절 시기를 놓쳐 농가와 계열화사업자들이 큰 손해를 봤다. 그 여파로 올해 농가가 복성수기를 대비한 입추량을 줄이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축산물 수급조절협의회가 실효성 있게 운영되려면 우선 수급조절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수 있는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해결해야 한다. 수급조절협의회 내 합의를 통해 생산량을 조절해도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대상에 오를 수 있어서다. 사업자단체가 상품의 생산 또는 거래를 함부로 제한할 수 없도록 한 공정거래법상 규정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따라서 축산법을 근거로 운영되는 수급조절협의회가 공정거래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두 법의 상충 여부가 해결돼야 한다.

또 수급조절사업과 관련해 정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 지금은 폐지된 ‘축산물 수급조절협의회 운영규정(농림축산식품부 훈령 제58호)’에는 축산물 수급조절협의회와 품목별 사무국 설치에 대한 규정이 있었다. 하지만 법적인 강제사항이 없다보니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왔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면 정부가 수급조절사업에 어느 정도 개입할 필요성이 있다.

이 모든 과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하위법령이 촘촘하게 마련돼야 한다. 수급조절협의회의 구성과 운영, 축종별 소위원회에 관한 사항은 모두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돼 있다. 먼저 협의회를 구성할 땐 축산업 각 품목을 대표하는 자가 위촉돼 관련 산업의 대변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축종별 소위원회의 재량권을 어느 정도 보장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수급조절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사업을 집행하는 게 협의회 운영의 핵심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소위원회의 수급조절사업에 불필요한 의사결정 과정이 더해져 집행이 늦어지는 일이 벌어져선 곤란할 것이다.

개정 축산법에 따라 출범할 축산물 수급조절협의회가 중장기적으로 축산물 수급안정에 기여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상생하는 도구로 활용되길 바란다.

문정진 (한국토종닭협회장)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추천광고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