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준 또 다른 교훈 ‘식량안보’

입력 : 2020-05-08 00:00 수정 : 2020-05-08 23:04


올 1월20일 우리나라에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후 3개월여 동안 우리 삶에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우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 단절되면서 경제활동이 위축됐다. 또 교육·종교·관광·유통 등 모든 분야에서 기존에 행해오던 대면 방식의 삶이 멈췄고, 온라인이나 비대면 방식으로 새로운 소통 수단이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마스크 대란’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만났다. 식량도 아닌 마스크 하나를 사려고 새벽부터 줄을 섰다. 본인의 차례까지 마스크가 공급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기다리는 그들에게 마스크는 어떤 의미였을까?

먹고사는 문제도 아닌 마스크 때문에도 이러한 혼란이 빚어지는데, 더 심각한 상황인 ‘식량대란’이 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하기도 싫지만, 공포와 전투적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최근 전세계가 국경폐쇄와 함께 물적·인적 이동을 금지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식량위기’에 직면할 수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처럼 식량 수급이 취약한 국가는 심각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측하지 못한 위기 상황이 코로나19로 인해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베트남·러시아·카자흐스탄·캄보디아·태국·세르비아 등 곡물·축산물을 수출하는 국가들이 자국민을 위해 일시적으로 수출을 금지한 것이다. 또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고 작은 도시를 하나 봉쇄하면 주민들은 불안 심리로 생필품을 사재기했다. 슈퍼마켓이 텅텅 비어 ‘유령상점’으로 변하는 영화 같은 현실이 선진국에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우리 국민이 겪었던 피눈물 나는 사연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그중에서도 먹을거리 때문에 겪은 고통은 그 어떤 고통과도 비교할 수 없는 삶의 본질적인 고통이었다. 사료를 먹지 못해 소리 지르는 가축을 바라보며 음식물 찌꺼기조차도 얻어먹이지 못해 좌절감 속에 눈물 흘리던 강원지역 한 축산농가의 그 고통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외환위기는 외화차입으로 해결할 수 있겠지만, 식량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곡물자급률은 2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하위권에 속한 우리나라 정부와 국민의 ‘식량안보’ 의식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지금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 후손들에게 큰 죄인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마스크 없이는 살아도 식량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식량안보 측면에서 위기에 대비해 사람과 가축이 건강하게 생존하는 식량 수급대책을 굳건히 세워야 한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제7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적정한 식량 및 주요 식품의 자급목표 달성·유지 등에 필요한 정책을 세우고 시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를 통해 얻은 큰 교훈이 있다면 ‘식량안보법’ 제정의 필요성을 깨닫게 해줬다는 것이다. 21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가장 먼저 이 문제를 다뤄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정승헌 (건국대 축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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