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온난화 대응, 기본에 충실한 농법이 중요

입력 : 2020-04-24 00:00


올겨울과 봄은 예년보다 3℃ 정도 따뜻했다. 온난화 현상으로 과수원의 꽃은 5일에서 10일 정도 일찍 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서적 상처를 입은 국민들에게 화사하게 핀 꽃은 마음의 위로를 준다. 하지만 과수농가들은 빨리 핀 꽃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혹여 서둘러 핀 꽃과 과수가 언피해를 보거나 작물에 생리장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올해도 예외 없이 언피해가 발생해 농가들이 큰 피해를 봤다.

온난화 현상으로 우리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이상기후와 그에 따른 피해를 실감하고 있다. 서리·폭염·우박 등의 기상재해로 인한 직접적 피해는 물론, 농산물 품질이 낮아지고 생리장해 발생이 증가한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해충 피해도 늘고 있다. 상식과 경험, 그리고 예측 범위를 넘어서는 기후변화에 제대로 된 농법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일도 갈수록 어려워진다.

이런 이유로 농민들이 가짜 정보에 근거한 농법에 의존하거나, 무허가 약제를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해 농사를 망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비료로 허가받은 영양제를 언피해 예방제나 적과제로 사용하는 식이다. 약제가 특정 조건에서는 문제를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겠지만, 조건이 변하면 효과가 없어지거나 작물의 생육 전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실 크기를 키우기 위해 질소질 성분의 영양제를 무분별하게 공급한다면 수확량은 늘어나겠지만, 과실의 품질과 이듬해 나무 생육은 나빠지기 십상이다. 또한 이렇게 사용되는 약제 중에는 환경과 인체에 유해해 허가받지 못한 것도 여럿 있다. 모든 것에 좋은 기적의 만병통치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코로나19를 치료하기 위해 사람과 바이러스의 유전·생리 등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진단과 처방이 중요하듯, 농업도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한 근본적인 진단과 처방이 중요하다. 사람이든 작물이든 가짜 뉴스와 정보에 휘둘려 만병통치약을 찾는 잘못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온난화 현상은 단기 처방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사과와 같은 여러해살이 작물은 더욱 그렇다. 작물의 품종학·영양생식생리학·토양학·기상학·병리곤충학 등의 기본적인 농학적 지식에 4차산업혁명 기술을 융합한 미래지향적인 재배 관리로 온난화에 대응해야 한다. 기본은 진부한 것이 아니라, 미래로 가는 토대이다. 단편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 발생을 예방하는 농장 환경을 만드는 데 더욱 집중해야 한다.

농사에 지름길은 없다. 증명된 과학 지식을 토대로 기본에 충실한 농사를 지을 때, 온난화 환경하에서도 우리는 환경친화적인 농산물을 좀더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하게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농촌 현장에서 어떤 약제가 좋다는 가짜 정보보다 과학 지식에 근거한 양질의 자료가 널리 통용되길 기대한다.

박교선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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