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봄철 과수원 저온피해, 적극적인 대책 마련 필요

입력 : 2020-02-26 00:00


영화 <구름 속의 산책> 중 너무나도 생생하고 아름답게 기억되는 장면이 있다. 깊은 밤 갑자기 종소리가 울리면서 사람들이 포도 과수원 주변에 모인다. 포도나무 사이에 위치한 연소장치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마을 사람들이 큰 나비부채를 양팔에 끼고 날갯짓을 한다. 서리피해를 막기 위해 불의 온기를 전하는 날갯짓 장면. 1945년 미국과 멕시코가 배경이지만 현재 저온피해에 대응해야 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두달 동안 우리나라 기상정보를 보면 평년에 비해 기온은 2.4℃ 높아졌고 강수량은 93.9% 증가했다. 이처럼 따뜻한 기상조건이 계속 유지되다가 4월 꽃 피는 시기에 갑자기 꽃샘추위나 서리를 만나면 과수농가의 피해는 클 수밖에 없다. 시기적으로 꽃이 필 때가 저온에 가장 취약하며, 저온지속시간에 따라 과실이 전혀 달리지 않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봄철 저온피해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그동안 방상팬과 미세살수장치를 이용하는 기술이 개발됐으나 실제 농가보급률은 미미한 편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정책보조금으로 초기 시설비를 지원하며 농가보급에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모든 농가가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없어서 실제 과수농가에 가보면 대다수 저온피해를 입은 뒤 사후대책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실정이다.

과거 농민들은 왕겨·짚·전정가지를 태워 적극적으로 저온피해 예방에 나섰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은 이제 폐기물관리법에 저촉되는 데다 화재위험이 커 사용할 수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은 용기에 담긴 연소자재를 사용하되 지방자치정부의 사전허가를 받고 인근 경찰서에 과수원 위치를 알려 만에 하나 일어날 화재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농촌진흥청도 최근 이런 자재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철제 용기에 연소자재를 담아서 이용할 수 있어 인화물이지만 저온피해 예방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문제는 과수농가가 연소자재를 활용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연소자재를 사용하는 것이 10a당 25만원의 비용이 들어 부담이기도 하지만, 피해가 발생해도 농작물재해보험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 방상팬과 미세살수장치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보험료 10% 환불규정을 연소자재를 사용한 농가에 확대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연소자재를 사용할 때 불의의 화재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전신고제와 인근 소방서간 업무협조체계가 보완돼야 한다.

영화 <구름 속의 산책>에서는 300년 전 처음 스페인에서 가져온 포도나무를 품격 있는 울타리 안에 심어뒀다. 마치 농업의 뿌리를 잊지 않으려는 농민의 자존심처럼 말이다. 저온피해와 같은 자연재해에서도 ‘농민의 품격을 지키며’ ‘함께’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저 보험이 갖는 안전장치에만 의존하는 것은 농업·농촌의 품격에도 어울리지 않다.

송장훈 (농촌진흥청 배연구소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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