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주세법 개정이 탁주산업에 몰고올 변화

입력 : 2020-02-17 00:00 수정 : 2020-02-18 00:16

주류산업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쌀 1㎏을 가공해 40도짜리 증류식 소주 900㎖를 만들면 부가가치가 약 20배 높아진다. 즉석밥의 경우 5배, 백설기는 6.5배 높아지는 것과 비교하면 주류산업이 얼마나 부가가치가 높은지 쉽게 알 수 있다. 외국에서 자국의 농산물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전통주 산업을 육성하는 데 공을 들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우리나라도 전통주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여러 진흥정책을 펴고 있다. 2010년 ‘전통주 등의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2016년엔 소규모 주류 제조면허에 막걸리와 약주·청주를 포함시켜 하우스 막걸리 제조 및 판매를 가능하게 했다. 2017년부터는 일반 상업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전통주 판매를 허용해 판로를 넓혀놨다.

그리고 올해부터 주세법이 가격기반의 종가세에서 수량과 도수를 기반으로 한 종량세로 개정돼 프리미엄 막걸리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사실 막걸리는 기존에도 종가세율 5%를 적용받아 세금 혜택이 가장 많은 주종이었다. 1당 41.7원으로 변경된 종량세를 적용해도 세금 측면에서는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 달라진 건 막걸리 업체들이 프리미엄 막걸리를 생산할 동력이 생겼다는 점이다.

종가세를 적용하면 비싼 원료를 쓸수록 주세가 올라가게 된다. 막걸리는 저렴한 술이라는 인식이 강해 가격에 민감한 주종인 터라 그동안 많은 막걸리 업체들은 국내산 쌀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국내 막걸리의 약 90%가 수입쌀로 만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종가세 체제에서는 고급 용기를 제작하면 포장비가 상승할 뿐 아니라 주세까지 늘어난다. 영세한 막걸리 업체들이 포장재에 투자하기를 주저한 이유다. 그 결과 대부분의 막걸리는 값싼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저렴한 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화됐다.

하지만 종량제를 적용하면 막걸리의 고급화를 가로막는 이러한 제약들이 사라진다. 품질 좋은 국내산 쌀을 사용해도 주세 압박이 덜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용기를 벗어나 막걸리를 고급 용기에 담아보려는 업체도 나올 것이다. 업체들이 국내산 쌀을 활용한 프리미엄 막걸리 생산에 뛰어들 만한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프리미엄 막걸리 산업의 성장은 곧 쌀 소비촉진과 맞닿아 있다. 값싼 막걸리부터 프리미엄 막걸리까지 상품군이 다양해지면 막걸리 소비량이 늘어 쌀 소비촉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관광산업으로 연계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낳을 수도 있다. 프리미엄 막걸리를 생산하는 양조장은 그 자체로 관광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케나 영국의 위스키 등의 양조장들은 유명 관광지로 거듭나 전세계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도 수제맥주가 인기를 끌면서 전국 곳곳의 로컬맥주 양조장이 관광지화되고 있다.

이경미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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