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개정 앞둔 정가·수의매매 시행지침

입력 : 2019-06-12 00:00 수정 : 2019-06-12 23:41


정부는 2012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을 개정해 정가·수의매매를 경매와 동등한 거래방법으로 바꿨다. 경매가 지닌 가격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서였다. 2013년에는 구체적인 정가·수의매매 규칙이 담긴 시행지침도 시달했다. 하지만 지난 몇년 동안 언론·학계·지방의회 등에서는 정가·수의매매의 가격변동성 완화효과나 투명성·공정성을 두고 의문을 제기해왔다. 시행지침 개정을 앞두고 있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내 정가·수의매매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짚어본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그동안 가락시장 내 정가·수의매매 실태를 꾸준히 점검해왔다. 안타깝게도 농안법이나 시행지침은 물론이고 제도의 도입취지에 크게 어긋나는 사례가 계속 발견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중도매인이 수집한 물량을 정가·수의매매로 처리한 경우다. 특히 수입 바나나가 심각하다. 공사 자체조사 결과 거래물량 가운데 90% 이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밖에도 ▲경매로 거래한 후 정가·수의매매로 기록 ▲농산물의 반입 당일 경락값에 연동한 정가·수의매매 가격 결정 ▲정가·수의매매 협상기록 누락 ▲특정 중도매인에게만 정가·수의매매 물량 배정 등이 적발됐다. 정가·수의매매의 가격변동성 완화효과를 무색하게 만들뿐더러 공영도매시장의 투명성·공정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다.

공사는 가락시장에서 정가·수의매매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이유로 두가지를 꼽고 있다. 첫째, 도매법인의 투자가 부족하다. 당장 가락시장 내 청과부류 도매법인의 평균 경매사 숫자(단순 자격증 보유자 제외)가 2012년 29.1명에서 2018년 31.6명으로 거의 변화가 없다. 사실상 정가·수의매매 내실화를 위한 노력에 소홀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가·수의매매는 경매보다 농산물 품질평가, 가격협상, 하자처리 등 업무가 대폭 늘어나기 때문이다.

둘째, 관련 법규와 시행지침의 정비가 부족하다. 우선 농안법 내 경매사의 역할과 행정처분 조항에 정가·수의매매 관련 내용을 추가하고,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의 부정거래 방지·처벌에 대한 조항도 강화해야 한다. 시행지침을 위반했을 때 구체적인 처벌근거도 필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시행지침이 정가·수의매매의 공정성·투명성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개정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정가·수의매매 요청 내역, 가격협상 자료 등을 투명한 방식으로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제도의 도입취지에 부합하려면 출하 농산물을 특정 중도매인이 정가·수의매매로 선취하거나 정가·수의매매 가격이 당일 경락값과 연동되는 일을 막아야 옳다.

도매법인이 정가·수의매매에 투자하도록 동기를 만들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해마다 도매법인을 평가할 때 정가·수의매매 유형별(계획적인 수의매매, 단기 또는 장기형 수의매매)로 나눠 가중치를 차별화하고, 경매사 신규채용 규모 등도 반영한다면 더 적극적인 노력이 이뤄질 것이다.

서경남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농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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