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일본 밀 자급률의 시사점

입력 : 2017-12-13 00:00 수정 : 2018-03-02 14:38

 

올해 우리밀 재고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일본의 밀산업이 자주 언급된다. 자급률이 1%대에 머문 우리와 달리, 12%에 달하는 일본의 밀산업을 참고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국가 지원을 통한 수입밀과 대등한 가격보장’ 또는 ‘우리와 다른 제도’ 등의 피상적 접근에 그치는 경향이 많다. 이에 국가·지방자치단체·생산자 등이 혼신의 노력을 다해 이룩한 일본 밀산업의 현재를 다시 살펴봤으면 한다.

일본은 국가가 밀산업의 발전을 연중 과제로 삼고 있다. 이는 ‘주요 식량의 수급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서 밀·보리를 주식으로 쌀과 동등하게 대접하고 있는 덕분이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국내산 밀 사용을 최대한 장려하면서 국내산 밀이 양적·질적으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수요분에 대해서는 국가무역을 통해 외국산 밀을 계획적으로 수입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자국산 밀가격이 외국산보다 싸기까지 하다. 국가무역을 통해 밀 수입을 하면서, 실수입업자로부터 국산 밀 진흥비를 확보·지원한 결과다. 일반 예산도 보태진다. 2015년을 예로 들면 1216억엔(약 1조1700억원)이 국내산 맥류 진흥비로 쓰였는데, 이 재원은 외국산 밀 수입 차액인 830억엔과 일반 예산 386억엔이 더해진 것이다. 지자체는 지역 농산물은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정책을 통해 지역산 밀 제품을 개발하고 학교급식 등으로 적극 소비한다. 생산자는 품질관리를 철저히 한다. 단백질·회분 등을 고려한 품질평가(A~D구분)에서 2016년 A등급은 71.5%였다. 밀산업 육성의 핵심인 ‘밭작물 직접지불금’을 품질에 근거해 차등 지원한 것도 철저한 품질관리에 큰 유인이 됐다. 일본은 끊임없는 품종 개발과 보급으로 자국산 밀 품질이 외국산 밀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보다 더 따뜻한 기후인 남부 규슈지방에서도 제빵용 밀이 거뜬히 재배된다. 국내산 밀로 빵을 만들 수 있느냐는 논쟁이 한창인 우리나라에 일침을 가하는 내용이다. 2015년 기준 18개 품종이 100㏊ 이상의 면적에서 재배되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럼 일본의 밀산업은 승승장구하기만 할까? 사실 지난 10년간 자급률은 9~15%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만한 노력에도 12%에 그치고 있음을 살펴야 한다. 그만큼 일본에서도 자국산 밀산업 발전은 힘겨운 일이다.

우리 정책 당국이 제시한 2020년 밀 자급률 목표는 5.1%다. 일본 밀산업은 우리 밀산업이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잘 말해준다.

송동흠 (우리밀 세상을 여는 사람들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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