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의 함께하는 경제] 가계부채발 경제불안 어떻게 막나

입력 : 2021-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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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과열 해소 위한 기준금리 인상·대출 규제로 경제불안 확대 가능성 있어

민간부문 주택 공급 늘리고 일자리 만들어 소득 증대를 취약층 대출만기 연장 필요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인상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누적된 금융 불균형을 완화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 금리 인상의 첫발을 뗐다고 말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금융위원회도 집값을 잡겠다며 인위적인 대출 축소에 나섰다. 금융회사에 가계대출 관리를 엄격하게 하라고 지시하고 정부가 권고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상한선인 5∼6%를 지킬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하거나 연간 목표치 안에서 가계대출을 관리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의 금융긴축 정책은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해소하고 가계부채 증가를 막아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축소하면 시중 부동자금이 줄고 대출자금의 금리 부담이 커진다. 따라서 대출을 통한 부동산 매입이 어려워지고 가계부채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시중에 부동자금이 지나치게 많이 풀려 있고 주택 매입 열풍이 거센 상황에서 금리 인상과 대출 억제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이다. 정부는 대출규제·증세·거래허가 등 다양한 형태로 25회에 걸쳐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놨으나 모두 역부족으로 끝났다. 부동산시장과 정부 정책의 싸움에서 부동산시장이 이기는 현상이 나타나 오히려 정책을 펼 때마다 가격 상승의 폭이 커지는 역효과를 낳았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규제 정책도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칫하면 경제불안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기준금리를 올리고 대출을 막으면 신규 가계부채의 증가는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위험 수준에 달한 기존 가계부채의 연쇄 부도를 촉발하고 부동산시장을 혼란에 빠뜨려 경제위기를 부를 수 있다. 우리 경제는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뒤 아직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 경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1980년대 후반 미국 주도의 플라자 협약(Plaza Agreement)에 따라 엔화 절상이 본격화해 수출산업이 위축되자 일본은 구조 개혁 대신 내수 부양을 택해 금리를 인하하고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다. 저금리로 풀린 자금이 산업자금으로 흐르는 대신 부동산시장으로 향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일본은 1989년 부동산시장의 거품을 제거한다는 목적으로 기준금리를 2.5%에서 6%로 인상했다. 곧바로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꺼지고 금융시장이 위기에 휩싸이며 일본 경제는 장기 침체의 길에 들어섰다. 기준금리 인상이 일본 경제를 무너뜨린 기폭제로 작용했다.

경제가 가계부채의 함정에 빠져 극도로 불안한 상태다. 올 2분기 가계부채는 1805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년 동안 가계부채 증가액은 사상 최대인 168조6000억원으로 가구당 빚이 8800만원에 이른다. 당연히 금리를 올리고 대출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책 없이 무모하게 금융긴축 정책을 펴 혼란부터 일고 있다. 주택 구매계약을 체결했으나 잔금을 대출받지 못해 계약금까지 잃고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어 주거불안 상태에 놓이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앞으로 대출절벽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미리 대출을 받거나 마이너스통장 개설을 서둘러 오히려 가계부채가 더 증가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금융 안정화 정책이 거꾸로 부동산시장 불안과 가계부채의 위험을 증폭하는 양상이다.

부동산시장과 가계부채의 안정을 위해서는 우선 주택 공급을 확대해 문제의 근원을 제거해야 한다. 정부는 공공주택 건설을 서두르고 있으나 공급이 부족하고 사업 추진도 더디다. 민간부문에서 시장 수요에 따라 주택 공급이 자유롭게 늘어나도록 부동산 정책을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더불어 투기로 흐르는 자금을 생산과 투자로 흐르게 해야 하며,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늘려 부채를 상환하게 해야 한다. 취약계층에 대한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도 확대해야 한다. 그런 다음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대출을 억제하는 것이 수순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정부의 예산 확대와 재정지출 증가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무조건 돈을 풀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 효과적으로 지출해야 한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과도하게 늘리면 시중 유동성이 증가해 금리 인상과 대출규제의 효과를 상쇄한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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