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의 함께하는 경제] 부동산 투기와 국토균형발전

입력 : 2020-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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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23차례 대책에도 부동산시장은 불안감 확대

수도권엔 인구 계속 늘어 아파트 투기 해결하려면

지역에 사람들 이주하도록 농촌발전 백년대계 갖춰야

 

부동산 투기로 나라가 불안하다. 투기과열지구의 투기 억제가 거꾸로 다른 지역의 투기를 자극하는 현상까지 낳고 있다. 다급한 정부가 23차례에 걸쳐 강력한 대책을 내놓자 부동산시장은 거래 자체가 마비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가격이 안정된 것도 아니다. 일부 지역에서 가격이 진정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나 인기 아파트는 여전히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서민들의 전세문제가 심각하다. 정부가 주택임대신고제, 전월세상한제 및 계약갱신청구권제를 전격적으로 시행하자 전세매물이 사라지며 전세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 8월 서울지역의 평균 아파트 매매값과 전세값이 각각 9억8000만원과 5억1000만원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다. 부동산시장의 투기는 그렇지 않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심각한 경제불안을 가중한다. 정부는 추경을 3차례나 편성하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까지 내려 자금을 풀고 있으나 투자와 소비로 흘러야 할 자금이 부동산으로 흐른다.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3.2%를 기록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정부의 정책이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내면적인 불안을 확대한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고 보유세와 거래세를 함께 올렸다.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고 재건축 이익의 90%까지 국가가 환수한다. 그러자 무주택자는 좌절하고 1주택자는 세금 부담 늘고 다주택자는 집을 갖고 있기도 어렵고 팔기도 어렵다. 서민들의 주택 구입이 막히고 현금을 보유한 부유층만 주택을 살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정부가 조세 부담을 늘리자 주택소유자들이 세금 증가분을 매도가격에 전가한다. 무리한 분양가 상한제 시행과 초과이득 환수가 주택 공급을 줄여 집 없는 사람들의 내 집 마련을 더 어렵게 한다. 주택 전월세시장의 안정을 위해 전격적으로 실시한 임대차보호3법은 세입자들에게 극단적인 불안과 고통을 안긴다.

그렇다면 부동산 투기의 해결방안은 없나? 일단 부동산 수요가 큰 이상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원칙이다. 정부는 뒤늦게 태릉골프장 등의 공공부지를 택지로 활용하고 재건축·재개발 용적률을 높이는 등 서울과 수도권에 13만2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하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수요에 비해 공급물량이 부족하고 실제 아파트를 건설할 때까지 상당 기간이 걸려 얼마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는 부동산 공급과 관련한 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하고 세금을 대폭 감면하는 등의 근본적인 공급 확대정책을 펴 공급이 충분하고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믿음을 시장에 줘야 한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기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인구는 2589만명으로 전체 인구 5178만명의 50%를 차지한다.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공급정책을 펴도 부동산의 가격 상승과 투기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부동산 투기의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국토균형개발이다. 정부와 여당은 행정수도 이전을 다시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은 정치와 행정기관의 이전이지 국가 경제와 사회 그리고 문화의 이전이 아니다. 노무현정부 때부터 추진해온 혁신도시사업도 일부 공공기관과 기업의 이전에 그치고 있다.

국토균형개발의 핵심은 농촌의 부흥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농가인구는 총 224만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4.3%에 불과하다. 농촌이 발전해 국토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촌으로 인구가 이동하면 서울과 수도권 의 부동산 투기는 자취를 감출 것이다. 농촌 부흥은 단순한 농업 손실 보전과 소득 지원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사회간접자본이 발달하고 미래산업 및 첨단 농업이 발전해 일자리가 넘쳐야 한다. 주거와 편의시설이 많아 삶의 질이 높아야 한다. 보육시설이 넉넉해 출산할 수 있어야 한다. 공교육제도가 발전해 누구나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어야 한다. 의료시설이 편리해 질병치료와 건강 증진이 보장돼야 한다. 문화와 체육시설을 갖춰 다양한 취미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보장제도를 완비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는 백년대계의 농촌발전계획을 마련해 기본적인 국가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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