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의 경제이야기] 스태그플레이션, 왜 무서운가?

입력 : 2022-06-20 00:00

경기 침체·물가 상승 겹친 상황

서로에 영향 미쳐 대응 어려워

전세계적 물가 가파르게 오르고

코로나19·전쟁 겹쳐 공급 쇼크

불황속 고물가 복합위기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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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제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 하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다. 경기 침체를 뜻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높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경기 침체와 높은 물가 상승이라는 좋지 않은 상황이 동시에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무서운 이유는 두가지 안좋은 상황이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다른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다. 즉 물가를 잡기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돈줄을 조이면 경기 침체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 반대로 경기 회복을 위해 중앙은행이 돈줄을 풀면 인플레이션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 고용 유지를 위해 경기도 살리면서 물가도 안정시켜야 하는 중앙은행에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아직 현재진행형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경기 침체는 닥치지 않았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는 조만간 경기 침체가 발생해 스태그플레이션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펀드매니저의 77%가 향후 1년 동안 ‘추세 이하의 성장과 추세 이상의 인플레이션(즉 스태그플레이션)’을 예상했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미 연준) 의장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잇달아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언급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낙관적 시나리오 아래에서도 1∼2년 안에 경기는 둔화할 것이고 인플레이션은 다소 꺾이긴 하겠지만 여전히 높을 것”이라며 “이를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불러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1973년 이후 거의 40년 만이다. 이를 초래하는 가장 흔한 원인은 공급 쇼크이다. 전쟁 등으로 원유 같은 원자재 수급에 차질이 생겨 가격이 치솟는 경우를 말한다. 1973∼1982년 일어난 스태그플레이션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공급 제한으로 유가가 치솟으면서 발생했다.

현재 스태그플레이션이 전망되는 이유 가운데 가장 큰 원인 역시 공급 쇼크이다. 코로나19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에 따른 도시 봉쇄가 잇따르면서 원자재 조달이 어려워지고 가격이 치솟았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네온·크립톤·제논 같은 희귀가스 수급에 비상이 걸렸고 가격도 최고 몇십배까지 치솟았다. 이를 원료로 쓰는 반도체 생산에 큰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제품 생산, 즉 공급을 줄일 수밖에 없고 제품 가격은 오르게 된다. 생산은 줄고 물가는 오르니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이다.

제품 공급이 아니라 수요가 줄어들어 경기 침체가 생기는 경우엔 물가가 떨어진다. 그러나 공급 쇼크로 제품 공급이 줄어 경기 침체가 생기는 경우엔 물가 상승이 함께 일어나기에 더 무서운 일이다. 일각에서는 미 연준의 늦장 대응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닥치더라도 단기에 그치고 그 정도도 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오판해 금리 인상 등 정책 대응을 미리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설사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더라도 경기 침체가 ‘짧고 약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는 점이다. 위에 언급한 펀드매니저 대상 조사에서 68%가 향후 1년 동안 세계 인플레이션이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는 4월 미국 소비자물가가 8.3% 급등한 것에 비해 상승률이 떨어진다는 것이지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잡힌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지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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