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의 경제이야기 (101)금리는 조급증의 대가

입력 : 2021-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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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현재를 중하게 여겨 상황·성격 따라 중요도 달라

돈의 현재·미래 가치 ‘상대적’ 시간 선호 다른 사람간 거래

지금 당장 빨리 소비 즐기려는 인간의 조급함이 이자율 결정

 

과거엔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이 죄악시됐다. 그럼에도 이자는 죽지 않고 꿋꿋이 살아남았고, 금리 없는 세상을 생각하기 힘들게 됐다. 이것은 이자를 주고받는 행위가 인간 본성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인간 본성을 말하는 것일까? 현재의 돈을 미래의 돈보다 가치 있다고 느끼는 것이 그것이다. 그렇다. 지난 번(본지 4월12일자 22면)에서 배운 바로 그것이다. “내 품 안의 새 한마리가 숲속의 새 한마리보다 낫다”는 것.

이 개념을 돈에 국한하면 ‘화폐의 시간가치’라 하고, 모든 소비에 확장해 ‘시간 선호’라고도 한다. 현재의 소비를 미래의 소비보다 더 선호한다는 의미다. 경제학자 어빙 피셔는 이를 ‘빨리 소비하려는 조급증’이라고 표현하고, 바로 이것이 이자율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했다.

현재를 중시하는 것이 이자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누구나 현재의 돈이 미래의 돈보다 가치 있다고 여기기에 현재의 돈을 일정 기간 포기하고 누군가에게 빌려주는 사람에게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미래에 같은 돈을 돌려받는다는 약속만으로는 부족한 것이다. 그 대가가 바로 이자다.

그럼 누가 돈을 빌려주고, 누가 돈을 빌릴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람마다 시간 선호의 정도가 다르기에 거래가 성립한다.

사람은 누구나 현재를 중하게 여긴다. 그러나 현재를 얼마나 중하게 여기는지 그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 사람이 처한 상황, 그 사람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저소득자는 고소득자보다 현재를 미래보다 더 가치 있게 여긴다. 당장 먹고사는 것이 급하기 때문에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노인은 청년에 비해 현재를 미래보다 더 가치 있게 여긴다. 남아 있는 날이 얼마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매사에 준비성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미래를 현재보다 더 가치 있게 여긴다. 또 자신의 사후 자녀를 더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미래를 현재보다 가치 있게 여긴다. 그런데 현재를 미래보다 가치 있게 여기는 사람일수록 미래의 소득을 더 많이 깎아서 생각할 것이다. 즉, 마음속으로 ‘할인’을 많이 할 것이다.

산신령이 송중기에게 나타나 1년 후 1억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하자. 현재를 중하게 여기는 송중기는 그 돈의 가치를 20%나 깎아서 현재 가치가 8000만원이라고 생각한다. 이 20%는 송중기의 시간 선호, 즉 현재를 미래보다 선호하는 정도를 나타낸다. 반면 상대적으로 미래를 더 중하게 여기는 공유는 1년 후 1억원의 가치를 10%만 깎아서 현재 가치가 9000만원이라고 생각한다. 공유의 시간 선호는 10%다.

이제 둘 사이엔 거래가 성립할 수 있다. 미래를 중시하는 공유가 현재를 중시하는 송중기에게 제안한다. “내가 지금 8500만원을 빌려줄 테니 1년 후 네가 내게 1억원을 주지 않을래?” 1년 후의 1억원보다 당장 돈이 급한 송중기는 이 제안에 응한다. 지금 공유에게 받는 8500만원이 1년 후 다시 줘야 할 1억원의 현재 가치 8000만원에 비해 크기 때문에 이득이다. 공유 역시 이득이다. 1년 후 받을 1억원의 현재 가치 9000만원이 지금 송중기에게 줄 8500만원보다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둘 사이의 거래 이자율은 17.6%가 되는 셈이다(8500만원이 1년 후 1억원이 되었으니까). 이자율이 두 사람의 시간 선호 사이(10%와 20%의 중간 어디)에서 결정된다면, 둘은 돈거래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시장 이자율 혹은 시장 금리는 시간 선호가 저마다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이와 비슷한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사람들은 자장면과 짬뽕 중 무엇을 먹을지 저울질하는 것처럼, 현재의 돈과 미래의 돈 중 무엇이 중한지 저울질한다.

여기까지 따라온 독자 여러분은 이제 어빙 피셔가 “이자율은 현재의 재화와 미래의 재화 사이의 교환 가격을 나타낸다”고 한 말이 무슨 말인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 소비를 즐기려는 인간의 조급함의 결정체가 이자율”인 것이다.

이지훈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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