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의 경제이야기 (100) 화폐의 시간가치

입력 : 2021-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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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돈, 현재 돈보다 가치 적어 시간따라 이자 발생하기 때문

기업 전략적 의사결정 때 고려

큰돈 들어가는 사업 벌인다면 화폐의 시간적 가치 계산해야

 

꿈속에 산신령이 나타나 말했다. “네가 열심히 사는 것 같아 1억원의 상금을 주려 한다. 근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가)지금 1억원을 받을래, 아니면 (나)1년 후에 1억원을 받을래?”

여러분이라면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를 택할 것이다. 우선 앞으로 1년 동안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지 않나. 산신령의 마음이 바뀔 수도 있고.

그리고 설사 1년 후 1억원을 받는 게 100% 확실하다고 해도 (가), 즉 지금 1억원을 받는 게 유리하다. 왜 그럴까?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1억원을 받아 1년을 굴리면 이자만큼 돈이 불어날 것이다. 만일 (나)를 택한다면, 즉 1년 후에 1억원을 받는다면 이자 수입이 없으니 그만큼 손해다.

다시 말해 같은 돈이라도 현재의 돈이 미래의 돈보다 가치 있다. 이를 경제학에선 ‘화폐의 시간가치’라고 한다.

경제학자들은 말을 어렵게 한다. 하지만 뜻은 쉽다. ‘품 안의 새 한마리가 숲속의 새 한마리보다 낫다’는 속담과 같은 의미다.

‘딩동!’ 정답을 맞혔다면 여러분은 이미 ‘현금흐름 할인법’이라고 부르는 전략적 의사결정 방법의 핵심을 파악한 셈이다. 현금흐름 할인법이란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에 들어오고 나갈 돈까지 고려해 의사결정을 할 때 쓰는 판단기법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돈과 미래의 돈의 가치가 다르므로 둘을 달리 대접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의 돈을 중하게 보고, 미래의 돈은 깎아서 봐야 한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기 위해 또 하나 예를 들어보자. 여러분이 오늘 은행에 1억원을 예금하면 1년 후엔 얼마가 될까? 이자율이 5%라면 1억500만원이 될 것이다. 1억원의 미래가치인 셈이다.

반대로 여러분이 1년 후 1억원을 받기로 돼 있다면 그 미래 금액의 현재 시점에서 가치, 즉 현재가치는 얼마일까? 바꿔 말해 미래에 1억원을 얻기 위해 지금 필요한 금액은 얼마인가?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앞의 문제를 뒤집어 생각하면 된다. 앞에서 미래가치를 구하기 위해 현재 금액 1억원에 ‘1+이자율’, 즉 1.05를 곱했다. 반대로 미래 금액의 현재가치를 구하기 위해서는 미래 금액을 ‘1+이자율’, 즉 1.05로 나눠줘야 한다. 결국 1년 후 1억원의 현재가치는 약 9500만원이 된다.

무엇을 비교할 때는 같은 조건에서 해야 한다. 앞선 질문에서 (가)와 (나)를 비교할 때도 같은 시점에서 해야 한다. 현재와 미래를 비교하는 게 아니라 같은 현재 시점에서 비교해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가)는 1억원이고 (나)는 9500만원이다. 어느 쪽이 더 큰가? 물론 (가)다.

여기서 우리는 1년 후의 돈을 1.05로 나눔으로써 가치를 깎았는데, 이것을 ‘할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2년 후 1억원의 현재가치는 얼마일까? 좀 복잡해서 결론만 말하자면 1억원에 ‘1+이자율’을 두번 곱한 것, 다시 말해 ‘1+이자율’의 제곱으로 나눠주면 된다.

이번엔 응용문제를 풀어보자. 기업가인 당신이 획기적인 의약품을 개발해 공장을 짓는다고 하자. 공장을 짓는 데 1000억원이 들고 공장에서 10년 후 딱 한번 2000억원의 수입이 발생한다면, 그리고 이자율이 9%라면 공장을 지어야 할까?

힌트를 주면, 10년 후 2000억원과 지금의 1000억원을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시점에서 비교해야 하므로 10년 후 2000억원의 현재가치를 구해야 한다. 얼마큼 할인해야 할까?

1에다 이자율을 더한 것, 다시 말해 1.09의 10제곱만큼으로 나눠줘야 한다. 계산해보니 840억원이다.

즉 이익의 현재가치가 840억원인 반면 비용이 1000억원이므로 공장을 짓지 말아야 한다. 만일 미래의 이익 2000억원이 현재의 2000억원과 같다고 계산했다면 여러분은 공장을 짓는다고 결정했을 것이다(비용 1000억원보다 크므로). 화폐의 시간가치를 적용하니 결론이 180도 바뀐 것이다.

독자 여러분도 뭔가 큰돈이 들어가는 일을 벌일 때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계산해보길 바란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미래에 들어올 돈은 반드시 할인해서, 다시 말해 깎아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지훈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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