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인간은 싸돌아다녀야 한다

입력 : 2022-06-24 00:00 수정 : 2022-06-24 08:50

국민MC 송해 선생 별세

전국을 돌아다니던 사람 코로나 악영향 받았을듯

인간은 움직이는 생명체, 돌아다녀야 발전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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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MC 송해 선생이 돌아가셨다. 향년 95세. KBS ‘전국노래자랑’ 프로그램을 34년간 진행한 세계 최장수 방송진행자다.

송 선생은 일찍부터 코미디언으로 가수로 방송인으로 활동했지만 늘 말석 주변에 있다가 전국노래자랑을 맡으면서 국민적 스타가 된 분이다. 소탈하고 서민적인 풍모에 하루에 소주를 한병씩 마시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었다. 그만큼 건강에는 자신이 있는 분으로 보였다. 언젠가 전국노래자랑 사회자 자리를 내려놓으면 그 자리를 물려달라던 뽀빠이 이상용은 송해 선생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자 “이러다간 내가 먼저 죽겠슈”라는 우스갯소리를 남겼다.

송해 선생의 사인은 의사가 밝힌 대로다. 그러나 나는 코로나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방송을 하며 전국을 돌아다니던 분이 갑자기 방송을 못하게 되니 맥이 풀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코로나 상황이니 다른 활동을 할 수도 없었다. 선생은 이 때문에 심신이 지쳤을 것이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지금도 전국을 순회하며 특유의 너털웃음과 재담으로 방송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나도 지난겨울 코로나에 감염돼 음압병실에 열하루 동안 입원해 있었다. 다행히 치료를 잘 받고 퇴원했지만 체중이 그 짧은 기간에 4㎏이나 빠졌다. 늘 활발하게 돌아다니다가 좁은 공간에 갇히면서 생긴 후유증이다.

생명체는 두 부류로 나뉜다. 동물과 식물이다. 동물은 돌아다니는 생명체고 식물은 한자리에서 사는 생명체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이런 질문이 나왔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깨달은 게 무엇인가?”

나는 이런 답변을 했다.

“인간은 동물이다. 코로나 때문에 이걸 확실히 깨달았다.”

인간은 움직이는 존재이고 싸돌아다녀야 발전하는 존재다. 인류 역사를 보면 탐험이 최고의 학습이다. 성을 쌓고 그 안에 갇혀 있던 부족들은 쇠퇴했고, 낯선 땅을 탐험한 부족들은 번영의 길을 걸었다. 유럽 왕족이나 귀족들은 자녀 교육을 위해 청소년기에 다른 나라를 찾아다니게 했다. 세상을 널리 싸돌아다녀야 생각이 커지고 그릇이 커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나온 교육법이다.

지난 주말 청와대 뒷산 등산로를 다녀왔다. 오전 10시께 경복궁역 근처에 도착해보니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개방된 청와대도 등산로도 모두 사람의 물결이다. 등산로를 내려와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을 찾아보니 여기도 긴 줄이 서 있다.

인간은 싸돌아다녀야 한다. 그래야 안목이 트이고 건강해진다. 예부터 ‘견문기’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싸돌아다니면서 보고 듣고 배운 것을 기록한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싸돌아다니며 배우는 생생한 견문을 놓치고 넷플릭스·줌·메타버스로 세상을 보고 있었으니 답답함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 여행이 시작됐다. 인간에게 여행은 최고의 축복이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은 여행 계획을 짜고 있다. ‘보복여행’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코로나 때문에 여행을 못하다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여행 욕구를 이르는 말이다.

이제 한여름이다. 온갖 곡물과 과일이 익는 계절이다. 식물은 제자리에서 익어가지만 인간은 싸돌아다녀야 성숙해지는 생명체다. 올여름 나는 피서 대신 이열치열로 지낼 각오다. 산으로 들로 강으로 바다로 낯선 곳으로 싸돌아다닐 것이다. 코로나 덕분에 새삼 인간의 본성을 깨달았으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인간은 동물이다. 싸돌아다녀야 발전하는 신비한 생명체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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