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후배의 패기와 늙은 말의 지혜

입력 : 2022-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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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 서툴고 부족해도 혁신·창의력 무시하면 안돼

풍부한 경륜과 경험 가진 선배 지혜에도 귀기울여야

젊은 인재와 포용하는 리더 힘을 합치면 어떤 일도 가능

 

후생가외(後生可畏)는 <논어> ‘자한’ 편에 실린 말이다. 원문은 ‘후생가외 언지래자지불여금야(後生可畏 焉知來者之不如今也)’로, ‘후배가 두렵다, 그들의 미래가 지금 우리보다 못할지 어찌 알겠는가?’로 해석된다. 당장 보기에 부족하다고 해서 젊은이들이 가진 힘과 잠재력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선배들이 보기에 후배들은 서툴고 어리석기 마련이다. <소학>에서도 ‘선배가 하는 일은 치밀하여 빠진 데가 없고, 후배가 하는 일은 빠뜨리는 것이 많아 엉성하다’라고 했으니 이는 옛날에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선배들이 갖추지 못한 패기와 참신성이 있다. 선배들에게는 없는 신기술로 무장하고 있고, 젊은 감각에서 솟아나는 창의력도 그들의 장점이다. 한마디로 선배들이 갖지 못한 창의와 혁신이라는 무기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후배들에게는 경험과 경륜의 부족이라는 한계가 있다. 위기에 봉착하거나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일을 만나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지나친 자존심이나 자의식으로 일의 경중을 파악하지 못하고 일을 망치기도 한다. 특히 어린 나이에 높은 자리에 올라선 사람은 자리와 자신을 동일시해 겸손하지 못한 언행을 하기도 한다. 이를 잘 말해주는 이야기가 <사기>에 실린 ‘지상병담(紙上兵談)’, 즉 ‘종이 위에서 병법을 논한다’라는 뜻의 고사다.

전국시대 조나라에는 조사라는 탁월한 장군이 있었다. 그의 아들 조괄은 어릴 때부터 총명해 아버지와 함께 병법을 논하며 놀기를 좋아했다. 나이가 들면서 그의 병법 지식은 아버지를 능가하기 시작했고,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쳐 왕에게까지 소문이 났다. 얼마 후 진나라가 조나라를 침공하자 왕은 주위 반대를 무릅쓰고 조괄을 대장군으로 임명해 진나라에 맞서게 했다. 조괄은 자신의 병법 실력을 믿고 준비도 없이 전장에 나갔고, 전장에서도 부하들의 조언을 듣지 않고 모든 일을 독단적으로 처리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진나라의 함정에 빠져 자신은 전사했고, 그가 이끌던 40만 대군 역시 몰살당하고 말았다. 강력했던 조나라 역시 그때부터 쇠퇴의 길을 걷게 됐다.

경험과 경륜이 없는 젊은이가 큰일을 맡아 독단적으로 행동하면 이처럼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을 역사는 말해준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자신을 낮추는 겸손과 선배들의 지혜를 경청하는 자세다. <한비자>에 실린 ‘노마지지(老馬之智)’의 고사가 이를 잘 말해준다.

어느 해 봄, 춘추오패의 한 사람이던 제나라 환공은 명재상 관중과 대부 습붕을 대동하고 고죽국을 정벌하러 떠났다. 전쟁은 의외로 길어져 그해 겨울이 돼서야 끝났고, 군대는 귀국하는 중에 산속에서 지름길을 찾다가 길을 잃고 말았다. 그러자 관중이 “이럴 때는 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하다”며 즉시 늙은 말 한마리를 풀어 놓았다. 전군이 그 말의 뒤를 따라 행군한 지 얼마 안돼 큰길이 나타났고 군대는 곤경을 벗어날 수 있었다.

얼마 후 산길을 행군하다가 이번에는 식수가 떨어져 갈증에 시달리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습붕이 말했다. “흙이 한치쯤 쌓인 개미집이 있으면 그 땅속 일곱자쯤 되는 곳에 물이 있는 법이다.” 군사들이 산을 뒤져 개미집을 찾은 다음 그곳을 파내려가자 과연 샘물이 솟아났다.

한비자는 이 고사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썼다.

“관중과 습붕처럼 지혜롭고 총명한 자들도 자신이 모르는 것은 늙은 말과 개미를 스승으로 삼아 배웠다. 그리고 그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이 어리석어도 성현의 지혜를 스승으로 삼아 배우려 하지 않는다. 이것은 잘못된 일이 아닌가.”

첨단지식과 창의성으로 무장한 젊은 인재, 그를 포용하고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는 리더. 이 둘이 힘을 합치면 그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는 엄청난 힘이 생긴다. 맹자는 “하늘이 내리는 좋은 기회가 땅이 주는 이로움만 못하고, 땅이 주는 이로움도 사람들의 화합만 못하다(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라고 했다. 그 어떤 기회보다도, 그 어떤 환경보다도, 인화의 힘이 가장 강하다.

조윤제 (인문고전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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