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부자가 되는 비결

입력 : 2021-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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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 없을 땐 몸으로 노력

자본 모았다면 지식 활용해야 시장 상황 변화 살펴 투자를

시대별 부의 관점 차이 있지만 올바른 부의 정신 다르지 않아

공정한 장사꾼 결국 부유해져

 

<사기> ‘화식열전(貨殖列傳)’에는 고대 중국의 유명한 부자들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사람은 공자의 제자 자공이다. 자공은 제자 중에서 세속적인 능력이 가장 뛰어났다. 정치적 수완이 뛰어나 노나라와 위나라의 재상을 지냈고, 탁월한 언변과 외교술로 많은 외교적 난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타고난 통찰력으로 엄청난 부를 이뤘는데, 사마천은 공자가 천하에 알려진 것도 자공의 도움 덕이라고 말했다. 뛰어난 학식과 높은 수양이 있어도 부가 뒷받침돼야 더 크게 이름을 떨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사마천은 “세력을 얻어 더욱 세상에 드러난다”고 표현했다. 도와 수양을 중시하던 시대에도 세상에 이름을 크게 떨치려면 부라는 세력이 도와야 한다고 본 것이다.

또 특기할 만한 사람은 위나라 문후 때의 백규다. 백규는 시세의 변동을 살펴 장사를 했는데, 사람들이 버리고 돌아보지 않을 때는 사들이고 사람들이 사들일 때는 팔아넘겼다. 예를 들어 풍년이 들면 곡식은 사들이고 실과 옻은 팔았다. 흉년이 들어 누에고치가 나돌면 비단과 솜을 사들이고 곡식을 내다 팔았다. 오늘날로 보면 일종의 사재기라고 할 수 있는데, 단순한 재력 놀음이 아니고 그 바탕에는 확고한 근거가 있었다. 사상팔괘와 음양오행에 의거해 풍년과 흉년을 정확하게 예측했고, 좋은 종자의 사용과 검소한 생활 등 정당한 도리를 반드시 지키며 장사했다.

‘화식열전’은 거부들의 고사와 함께 부의 철학도 말해준다. 사마천은 ‘사람을 움직이는 동기는 모두 부귀’라고 설파했다. “현인이 조정에서 논의하고 선비가 신의를 지켜 높은 명성을 얻으려는 것은 무엇을 위함인가? 결국은 부귀로 귀착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청렴한 벼슬아치도 오래 일하면 부유해지고, 공정한 장사꾼도 결국에는 신용을 얻어 부유해진다. 부라는 것은 사람의 타고난 본성이라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추구하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세상의 일은 모두 부귀를 얻기 위함이다. 심지어 목숨을 걸고 전쟁에서 싸우는 것도, 범죄를 저지르고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것도 모두 부를 얻고자 함이다. 하지만 실제로 모든 사람이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많은 돈을 벌지만 어떤 사람은 파산한다. 어떤 사람은 정당하게 돈을 벌지만 어떤 사람은 온갖 더러운 수단을 동원한다. 돈 자체는 선악이 없지만, 그것을 어떻게 추구하는지에 따라서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책에는 부자가 되는 세가지 비결도 실려 있다. 가장 먼저 ‘가진 것이 없을 때는 몸으로 노력하라(無財作力·무재작력)’다. 자본이 없다면 먼저 몸을 써서 돈을 모아야 한다. 그다음 단계는 ‘조금 모았으면 지혜를 쓰라(少有鬪智·소유투지)’다. 자본을 어느 정도 모았다면 그다음은 지식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미 부자가 됐다면 시기를 이용하라(旣饒爭時·기요쟁시)’다. 앞서 말했던 백규처럼 시간에 따른 상황 변화를 읽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므로 반드시 이 단계를 순서대로 밟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자신의 현실에 충실하면서 발전해나가면 된다. 사마천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 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자신을 위태롭게 하지 않으면서 수입을 얻으려는 것은 현명한 사람이 힘쓰는 일이다. 그러므로 농업으로 부를 얻는 것을 으뜸이라 하고, 장사로 부를 얻는 것은 그다음이며, 간사하고 교활한 수단으로 부를 얻는 것이 가장 저급한 것이다. 반면에 세상을 등지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 것도 아니면서 벼슬을 하지 않으려는 이상한 사람들의 행동이나, 오랫동안 빈천하게 살면서 말로만 인의(仁義) 운운하는 것 역시 부끄러운 일이다.”

물론 그 당시 부의 관점은 지금과 현저하게 다르다. 하지만 올바른 부의 정신은 다르지 않다. 부자가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서도 안되지만, 밥벌이도 못하면서 고상을 떠는 것 역시 부끄러운 일이다. 또한 부자가 되는 원칙 역시 크게 다를 바 없다. 부자가 되는 세단계의 핵심은 각각 노력·지혜·통찰이다. 그것과 더불어 부에 대한 올바른 정신이 함께한다면 부자가 되는 가장 확실한 비결을 갖추는 것이다.

조윤제 (인문고전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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