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부하의 잘못은 발탁한 지도자의 책임이다

입력 : 2021-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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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仁)한 신하를 높여 쓰면 그릇된 이를 바로잡을 수 있어

사람을 뽑을 땐 장점을 보고 여러 면모를 빈틈없이 살펴야

몇몇 평판으로 등용하면 안돼

 

<논어> ‘안연’에는 공자와 제자 번지의 대화가 실려 있다.

제자 번지가 인(仁)에 대해 묻자 공자가 대답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愛人·애인).”

다시 지(知)에 대해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을 아는 것이다(知人·지인).”

번지가 그 뜻을 알지 못하자 공자가 덧붙여 설명했다. “올바른 사람을 그릇된 사람 위에 두면, 그릇된 사람을 바로잡을 수 있다.”

대화를 살펴보면 공자가 추구했던 핵심 덕목인 인(仁)과 지(知)는 곧 사람을 사랑하고 아는 것이며, 나아가 사람을 올바르게 쓰는 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번지는 공자가 말하고자 하는 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동문인 자하에게 물었다. 그러자 자하는 이렇게 실례를 들어 설명했다.

“순 임금이 천하를 다스릴 때 고요를 등용하니 인하지 않은 사람이 사라졌고, 탕 임금이 다스릴 때 여러 사람 중에서 이윤을 등용하니 인하지 않은 사람들이 멀리 사라졌습니다.”

순과 탕 임금은 고대 중국의 가장 뛰어난 황제로 칭송받는 인물들이며, 고요와 이윤은 그들을 보필한 훌륭한 재상들이었다. 자하에 따르면 공자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인한 사람을 찾아 높여 쓰는 것이며, 그는 역사 속 실례를 들어 이를 번지에게 알려줬다.

맹자도 제나라 선왕과의 대화에서 사람을 바르게 등용하는 법을 이렇게 설파한다.

“소위 전통 있는 나라라는 것은 커다란 나무가 있는 나라가 아니라 대대로 나라와 운명을 함께하는 신하가 있는 나라를 말합니다. 그런데 왕께서는 가까운 신하가 없습니다. 옛날에 등용했던 사람들이 오늘날 없어진 줄도 모르고 계십니다.”

그러자 왕은 “내가 어떻게 능력이 없는 자들을 식별해 버릴 수 있었겠습니까?”라고 변명했다. 수많은 신하가 있는데 어찌 일일이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해서 쓰고 버릴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맹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라의 군주가 현명한 이를 등용할 때는 부득이한 것처럼 해야 합니다(國君進賢 如不得已·국군진현 여부득이). 낮은 사람으로 하여금 높은 사람을 넘어서게 하고 소원한 사람으로 하여금 친한 사람을 넘어서게 해야 하는데, 어찌 신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좌우의 신하가 모두 현명하다고 해도 안되고, 여러 대부가 모두 현명하다고 해도 안되며, 나라 사람들이 모두 현명하다고 한 후에 살펴 현명한 점을 발견한 후에야 등용하십시오. 또 좌우의 신하가 모두 그 사람은 안된다고 해도 듣지 말며, 여러 대부가 안된다고 말해도 듣지 말며, 나라 사람들이 모두 그 사람은 안된다고 말한 후에 그 사람을 살펴 안되는 점이 있거든 파면하십시오.”

맹자의 이 긴 충고에는 몇가지 성찰해야 할 점이 있다. 먼저 사람을 등용할 때는 반드시 그 사람의 장점을 보고 등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몇몇 사람의 평판이나 연공서열제로 등용해서도 안되고, 개인적인 친분에 따라 등용해서도 안되며, 반드시 능력 있는 사람을 조건에 관계없이 과감하게 발탁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한가지는 사람을 쓰거나 버릴 때는 반드시 신중해야 한다. ‘부득이한 것처럼 하라’는 것은 ‘마지못해 어쩔 수 없이 하듯 하라’는 것이다. 그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물론 나라 사람 모두가 찬성할 때 등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맹자의 이 말은 인물의 여러 면모를 빈틈없이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한두 사람의 의견으로 사람을 쉽게 쓰고 쉽게 버릴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의견을 종합해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충고다.

반드시 새겨야 할 것은 모든 인사의 책임은 군주에게 달렸다는 점이다. 만약 인재라고 발탁했던 사람이 잘못을 저지른다면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돌릴 것이 아니라 군주가 당당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 맹자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이렇게 해야 백성의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如此然後 可以爲民父母·여차연후 가이위민부모).”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면 반드시 훌륭한 인재를 곁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은 지도자의 몫이다. 잘못을 모두 아랫사람에게 돌리는 사람은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

조윤제(인문고전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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