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효자는 시간을 아낀다

입력 : 2021-05-14 00:00

효자 순임금 마음에 항상 근심

부모와 관계 순조롭지 못하고 효도할 시간마저 적을까 걱정

우리 대부분도 후회하지 않게 지금 부모님 기쁘게 해드려야

 

요순 임금은 고대 중국 황제들로, 전설 속의 인물들이다. 공자의 시대는 물론이고 오늘날까지 중국에서 추앙받고 있다. 두임금은 백성을 위해 많은 일을 했지만, 그중 순임금은 효자로서도 귀감이 된다.

그는 가난하게 살았지만 아버지와 계모에게 효성이 지극했고 이복동생을 사랑하고 아꼈다. 하지만 아버지와 계모는 순을 미워해 호시탐탐 그를 죽이려고 시도했다. 어느 날 순의 아버지 고수(<77BD><53DF>)가 그에게 식량 창고의 지붕을 고치라고 했다. 순이 사다리를 타고 지붕 위로 올라가자 아버지는 사다리를 치워버리고 창고에 불을 질렀다. 큰불이 지붕을 타고 올랐고, 그는 두개의 삿갓을 새의 날개처럼 이용해 지붕에서 뛰어내렸다.

이 일이 실패하자, 다음에는 그에게 우물을 파게 한 다음 돌로 메워버렸다. 순은 우물 옆으로 굴을 파고 탈출해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평소에도 수시로 쏟아지는 아버지의 매질을 모두 감내했고, 죽을 지경이 되어서야 간신히 몸을 피했다. 그가 이렇게 한 것은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아버지가 나중에 마음 아파하지 않을까 근심했기 때문이었다.

맹자는 순임금을 존경했지만, 그중에서도 순임금이 부모에게 한 효도를 가장 크게 보았다. 맹자 <만장상>을 보면 순임금의 효도에 대해 제자 만장과 나누는 대화가 나온다. 맹자는 순임금이 요임금으로부터 인정받아 임금의 자리를 얻고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았지만, 마음에 항상 근심이 있었던 것은 부모와의 관계가 순조롭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천하의 선비들이 좋아함은 사람의 바라는 바이지만 순임금은 그것으로 근심을 풀지 못했다. 미색은 사람의 바라는 바이지만, 요임금의 두딸을 얻고도 근심을 풀지 못했다. 부유함은 사람의 바라는 바이지만 천하를 소유하고도 근심을 풀지 못했다. 존귀함은 사람의 바라는 바이지만 천자의 존귀함을 얻어도 근심을 풀지 못했다. 이 모든 것을 얻고도 근심을 풀지 못했던 것은 부모와의 관계가 뜻대로 되어야 근심을 풀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천하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아름다운 아내를 얻고, 천하를 소유하는 황제가 되었지만 순임금의 마음에는 항상 근심이 있었다. 그 핵심적인 이유를 양자(揚子)가 말해준다. 그의 책 <법언> ‘지효’에 실려 있다.

“부모를 섬기며 스스로 부족함을 아는 사람은 순임금일 것이다. 오랫동안 할 수 없다는 것은 부모 섬기는 일을 말한다. 그래서 효자는 섬길 시간이 얼마 없음을 안타까워한다.”

부모를 섬기는 데는 시간이라는 제약이 있기에 진정한 효자는 효도할 시간이 모자라지 않을까 근심하는 것이다. <증주>에서는 이렇게 해설해준다.

“스스로 부족함을 안다는 것은 비록 이미 어버이와의 관계가 순조롭다고 해도, 그 마음이 항상 부족한 듯이 여김을 말한다. 날짜를 아낀다는 것은 날이 쉽게 지나감을 애석해하고, 올 날이 많지 않아 오랫동안 부모를 섬길 수 없을까 두려워함이다.”

사실 순임금의 효도는 오늘날의 관점으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이라 받아들이기 힘들뿐더러 쉽게 따를 수도 없다. 단지 우리가 새길 것은 진정한 효도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논어>에는 ‘부모는 오직 자식이 병이 날까 그것만 근심한다(父母唯其疾之憂·부모유기질지우)’라고 실려 있다. 부모의 마음은 오직 자식이 건강하고 잘되기만을 바라기에, 자식은 스스로를 지켜 부모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하는 것이 효도의 기본이다. 그리고 자신의 일에 충실함으로써 부모의 마음을 기쁘게 해야 한다. 한가지 더, 반드시 새겨야 할 것은 부모의 시간은 유한하다는 것이다.

의미 있는 삶을 살려면 오늘에 충실해야 한다. 이것은 효도에 있어서 가장 절실하다. 부모에 대한 아쉬움으로 ‘시간을 돌이킬 수 있다면…’ 하고 후회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부모가 살아계실 때는 미처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한다. 사는 데 바빠서, 오늘 하지 못하면 내일 하면 되지, 미루는 마음으로 후회할 일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5월은 어버이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다. 진정한 효도란 무엇인가를 우리 모두 새겨보았으면 한다.

조윤제 (인문고전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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