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TMT는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입력 : 2021-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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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재밌게 말해주는 만나고 싶은 호기심의 대상

박찬호 전 선수 ‘TMT의 왕’ 이어령 교수님도 흥미진진

생각만 해도 미소 떠올라 우리 사회 TMT 많았으면…

 

TMT는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다. 검색해보면 ‘Too Much Talker’라고 나온다. 약 2년 전부터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서 쓰이기 시작했는데, ‘말이 많고 말을 재미있게 하는 사람’을 뜻한다. 수다쟁이나 허풍선이처럼 부정적 의미로 쓰인 것이 아니다. 수다쟁이나 허풍선이는 대부분 기피 대상이다. 그러나 TMT는 호기심의 대상이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다.

TMT라면 제일 먼저 박찬호 전 프로야구 선수가 떠오른다. 얼마 전 그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동석자는 기업인 한명과 탤런트 박상원 서울예술대학교 교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약 100분 동안 70분가량은 박 전 선수가 말하고, 나머지 세사람은 각자 10분 정도 주로 질문하기 바빴다. 때로는 박수 치며 웃고, 때로는 긴장하며 이야기에 빠져들고 말았다.

고백하자면 나는 평생 강의와 방송을 하며 살아온 사람이니 이야기꾼 소리를 듣고 있고 박 교수 또한 달변가로 꼽히는데, TMT 박 전 선수 앞에선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날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선수활동을 할 때 겪었던 좌절과 영광에 대해 들었고, 최근 프로골프 선수를 하기로 결심하고 도전하게 된 이야기 그리고 부인을 만나서 청혼하고 결혼할 때까지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들었다. 모두 흥미진진했지만 특히 부인을 만나 결혼하게 된 사연이 압권이었다. 일등 신랑감으로 당시 최고였던 박 전 선수를 만나보고 나서 별 생각 없다는 아가씨 때문에 충격받았던 이야기부터,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서 다시 만나 청혼하고 마침내 결혼 허락을 받을 때까지의 러브스토리를 듣는 동안 놀랍고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 전 선수는 ‘TMT의 왕’ 소리를 듣기에 충분하다는 걸 확실히 확인한 날이었다.

또 한분 떠오르는 TMT는 이어령 교수님이다. 이 교수님이 이야기를 시작하면 다른 사람은 끼어들 틈이 없다.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는 박학다식을 바탕으로 이어령식 융합창조 과정을 거쳐 나오는 독창적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고 신선하다. 내가 대학총장을 할 때 그리고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을 할 때 자주 강사로 모셨고 소중한 자문도 받았다. 이 교수님도 강의할 때 한번 중요한 콘텐츠가 쏟아지기 시작하면 휴식시간까지 계속된다. 3년 전 대한민국HRD대상 시상식에서 이어령 교수님과 나란히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나로선 과분한 상이었다.

시상식이 끝나고 한달 후쯤 이 교수님과 오찬을 함께했다. 축하 겸 덕담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오찬은 정확히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세시간 동안 진행됐는데 함께한 아내에게 나중에 들은 말이 있다. ‘세시간 동안 당신이 한 말은 세마디’라는 것이다. 물론 세마디만 하진 않았지만 아내는 평생 내가 언어의 달인인 줄 알고 살아왔는데, 이날 이 교수님 말씀에 몰두해 경청하는 내 모습을 보고 놀란 것이다. 정보화사회부터 생명자본주의, 인공지능의 미래 등 과거ㆍ현재ㆍ미래를 관통하는 이 교수님의 열변에 사실 나뿐 아니라 아내도 빠져들었다.

TMT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남을 ‘디스’하지 않는다. 특정한 인물에 대해 비난하거나 과도한 비판을 하지 않으니 듣는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다. 둘째, 남다른 자기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이야기보따리 안에 들어 있는 콘텐츠가 색다르고 흥미진진하다. 셋째, 유머감각이 뛰어나다. 이야기 곳곳에 반전과 유머가 있으니 계속 웃음이 터지고 박수를 치게 된다. 넷째, 공감이 가고 여운이 남는다. 이야기를 듣다보면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열린다. “옳지, 옳지” “맞다, 맞다” 이런 감정이 생기고 때로는 가슴이 뭉클해서 콧등이 시큰해진다. 다섯째, 실수나 실패했던 이야기도 감추지 않는다. 지독하게 고생했던 이야기도 거침없이 나온다. 듣는 사람이 솔직함을 느끼게 되는 요인이기도 하다. 수다쟁이와 허풍선이들이 자기 자랑을 많이 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여섯째, 늘 아쉬움이 남는다. 인기 드라마가 끝나면 다음 회가 기다려지듯이 TMT의 이야기가 끝나면 곧바로 다음 이야기가 듣고 싶어진다. TMT는 매력이 있다. 생각만 해도 미소가 떠오른다.

내 주위에 TMT가 있으면 삶이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진다. 우리 사회에 TMT가 많으면 밝고 건강한 세상이 될 것이다. TMT는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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