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진정한 행복은 나눔과 베풂에 있다

입력 : 2021-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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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에 재물을 논하는 것은 오랑캐의 도리다. 군자는 그러한 풍속이 있는 마을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옛날에 남자 집안이나 여자 집안이나 각각 상대의 덕을 보고 선택했을 뿐, 재물 보내는 것을 예로 삼지 않았다.”

수나라의 유학자 문중자(文中子)가 했던 말로 그의 책 <중설>에 실려 있다. 혼인에서 재물을 중시하는 풍속이 있는 마을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은 그들과 거처도 교류도 함께하지 않는 것이다. 더 깊은 뜻은 자신의 수양을 위해 바르지 못한 사람과는 가까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류하고 가까이하면 자신도 모르게 닮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먹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검어지고, 붉은 물감과 가까이하면 붉어진다”는 ‘근묵자흑 근주자적(近墨者黑 近朱者赤)’ 성어가 그것을 잘 말해준다. ‘거필택린 취필유덕(居必擇隣 就必有德)’, 즉 “거주할 때는 반드시 이웃을 가려서 택하고, 반드시 덕이 있는 사람에게 나아가라”고 더 구체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혼인에 재물을 논하는 것은 오랑캐의 도리’란 말은 옛날 매매혼의 폐습을 지적한 것이지만, 오늘날 부모가 평생 모은 재산을 자녀 결혼에 쏟아붓는 우리의 결혼 풍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자녀를 위해 많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은 모든 부모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노후는 전혀 준비되지 않았는데, 자존심을 위해 단 하루의 결혼식에 거금을 쏟아붓는 것은 무모하고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물며 예물 때문에 결혼이 깨지기도 하는 세태는 더욱 참담하다.

사마온공(司馬溫公)이 쓴 <온공서의>에는 더 구체적으로 혼인의 바람직한 원칙이 나온다. “무릇 혼인을 의논함에 마땅히 먼저 그 사위와 며느리의 성품과 가법이 어떠한가를 살펴야 할 것이요, 다만 그 부귀만을 흠모하지 않아야 한다. 사위가 어질고 현명하다면 지금은 비록 빈천하나 앞으로 부귀해질지 어찌 알겠는가? 지금은 부유하고 번성하지만 앞으로 빈천해질지 어찌 알겠는가? 집안의 성쇠(盛衰)는 며느리에 말미암은 바가 크다. 오로지 한때의 부귀를 흠모하여 맞이해 오면, 저가 그 부귀함을 빙자해서 남편을 가벼이 여기고 시부모를 업신여긴다. 교만과 질투의 습성을 절제하는 자가 드무니, 훗날의 근심 됨이 끝이 없게 된다. 가령 아내의 재물을 이용하여 부를 이루고, 아내의 권세에 의지하여 귀함을 취한다면, 진실로 장부의 뜻과 기개가 있는 자라면 부끄러움이 없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오늘날 아내의 능력으로 집안이 일어선다고 해서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부가 서로 힘을 합쳐 잘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며 오히려 바람직하다. 문제는 오로지 재물과 권세만을 결혼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오직 재물과 권세밖에 자랑할 것이 없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재물과 권세는 있으나 덕이 없는 사람과 함께하게 되면 그 교만함으로 집안의 근심이 된다.

오직 재물만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세태는 결혼만이 아니다. 우리 삶의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이 모두 재물의 유무에 달려 있다. 물질이 모든 가치의 기준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산 정약용은 ‘두 아들에게 주는 가계’에서 재물에 대해 이렇게 가르쳤다.

“세간의 의식(衣食)이나 재화는 모두 부질없는 것이다. 옷은 입으면 해지게 마련이고, 음식은 먹으면 썩기 마련이다. 재물을 자손에게 전해줘도 끝내는 탕진해 흩어지고 만다. 다만 한가지 가난한 친척이나 벗에게 나눠주는 것은 영구히 없어지지 않는다. (중략) 그러므로 재화를 비밀리에 숨겨두는 방법으로 남에게 베푸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도둑에게 빼앗길 염려도 없고, 불에 타버릴 걱정도 없고, 소나 말이 운반해야 할 수고로움도 없이 자기가 죽은 뒤까지 갖고 가서 천년토록 꽃다운 명성을 전할 수 있으니, 세상에 이보다 더 큰 이익이 있겠느냐? 재물은 더욱 단단하게 붙잡으려 하면 더욱 미끄럽게 빠져나가는 것이니 재물이야말로 미꾸라지 같은 것이다.”

오직 재물만이 목표인 삶은 행복하지 않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오직 재물만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그 부부의 삶은 위태롭다. 삶에서도, 결혼에서도 진정한 행복은 서로 나누고 베푸는 데 있다.

조윤제 (인문고전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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