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농업과 융합정신

입력 : 2021-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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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의 가장 큰 장점 ‘융합’ 여러 요소 결합하기 때문

농민은 대표적 융합형 인간 혼자 다양한 일 해내면서

외부 변화에 능동적 대처 위기상황 스스로 생존 가능

 

농업과 농촌은 도시에 비해 여러 측면에서 열악한 조건에 놓여 있다. 그래서 농업과 농촌에 종사·거주하는 사람이 해마다 줄고 있다. 도시와 농촌간 빈부격차는 농업과 농촌이 처한 상황을 가장 잘 드러내는 기준이다. 농촌지역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빈부격차를 줄이고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정책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무엇보다도 농촌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촌의 장점은 농업을 경영한다는 점이다. 농업은 우리나라 국민의 먹는 문제를 담당하고 있다. 농민이 농업을 정상적으로 경영하지 못하면 국민의 삶은 무너진다. 그런데도 국가와 국민은 농업과 농촌을 국가의 중심이 아니라 변방으로 취급한다. 농촌의 주체인 농민도 스스로 자부심을 갖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모든 정부가 농촌과 도시의 균형발전을 외쳐 왔지만 오히려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선거철마다 정치인들이 외치는 국가 균형발전은 정말 국가 균형발전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표를 얻기 위함이다. 그래서 선거가 끝나면 국가 균형발전에 필요한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농촌에 살면서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들이 선거철마다 외치는 정치인들의 주장에 속는다는 사실이다. 농민들은 속고 나면 핏대 올려 정치인들을 욕하지만 선거철이 되면 또 감언이설에 속는다.

나는 농부의 아들이다. 부모님은 평생 농업에 종사하다가 돌아가셨다. 부모님 덕분에 농업을 학문의 대상으로 삼고 있고, 그 원동력은 농사 경험이다. 농업을 학문으로 삼기 위해선 농업에 대한 경험은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농사에 필요한 곡물과 농기구를 잘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한 학자 중 한사람이다.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 위치는 없었을 것이다. 만약 대부분의 학자들이 걷는 길을 쫓아갔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오로지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발휘한 덕분에 학자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모든 생명체 중에서 인간만이 단점을 찾는다. 소나 말 등 동물들이나, 나무와 풀 등 식물들은 자신의 단점을 결코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로지 자신의 타고난 능력을 발휘하면서 살아갈 뿐이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장점을 발휘하기에도 바쁜 상황에서 자주 단점을 이야기한다.

농업은 아주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 중에도 농업의 단점을 얘기하는 경우가 있다. 도시민이 농업의 단점을 얘기하는 것은 그나마 봐줄 수 있지만, 농민이 농업의 단점을 말하면 농촌의 미래는 없다.

농업의 가장 큰 장점은 융합이다. 융합은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어다. 농업은 어느 한가지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어떤 경우에도 다양한 요소를 만나야 완성된다. 그래서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도 ‘융합형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크게 농촌형과 도시형으로 나눌 수 있다. 농촌형은 혼자서 한가지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일을 해야 한다. 도시형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단조로운 일에 종사한다.

또 농촌형은 기후변화에 맞춰 농사지어야 한다. 농촌형은 변화에 잘 적응한다. 반면 도시형은 농사처럼 기후변화에 맞춰 일하지 않기 때문에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농촌형은 어떤 상황에도 잘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모든 생명체의 의무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다. 현재 위기에 빠진 농촌을 살리는 지름길은 농민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일이다. 농민은 농업에 종사하는 동안에는 최악의 경우라도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도시민은 스스로 생존할 수 없다. 농촌형은 먹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도시형은 먹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최악의 경우 도시는 농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적지 않은 농민은 도시를 부러워한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그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능력을 믿고 살아가는 존재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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