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내 기대수명이 115세라고?

입력 : 2021-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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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하는 것 기쁜 일만은 아냐

내가 벌어서 살아갈 수도 없고 거동 불편하면 자식에 폐가 돼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운동해 건강하고 즐겁게 살도록 노력

 

요즘 ‘기대수명계산법’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이 돌아다니기에 궁금증이 생겨 설문 항목에 각종 정보를 입력해봤더니 115세가 나왔다. 내가 115세까지 산다고? 잔존수명은 45년이 찍혀 나왔다. 현재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남자는 80.3세, 여자는 86.3세다. 과거에 비하면 엄청나게 늘어난 수치다. 조선시대 임금 27명의 평균수명은 46.1세이고 백성들의 평균수명은 약 44세라는 통계가 있다. 그 시절에 비하면 한국인의 수명이 두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요즘 우리 주변을 보면 100세 이상인 어르신도 적잖게 있다.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님은 100세가 넘었는데도 강의와 집필을 하신다. 나도 두번이나 강의를 들었는데, 논리정연하고 유머까지 섞어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 100세까지 어느 정도 건강을 유지하며 살면 복을 받았다고 하는데 김 교수님은 사회활동까지 활발하게 하니 아주 특별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평생 강의하고 글 쓰며 살아온 나로선 김 교수님이야말로 롤모델이 아닐 수 없다.

내 기대수명이 115세로 나왔으니 처음에는 ‘아싸!’라는 즐거운 감탄사가 나왔다. 잠시 후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우선 ‘이 놀라운 정보를 자식들에게 알려야 하나?’ 심사숙고한 끝에 일단 알리지 않기로 했다. 나는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뒀는데 부모 말 잘 듣고 효자 효녀에 가깝다. 그러나 자식들에게 아빠가 115세까지 산다고 말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물론 말로는 축하한다고 하겠지만 역지사지를 해보니 진짜 좋아할 만한 일인지 잘 모르겠다. 그때까지 내가 벌어서 살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거동도 불편해서 틀림없이 자식들에게 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일단 아이들에겐 함구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내에겐 말해야 하나?’ 이 궁리 저 궁리 하다가 취침하기 전에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더니 ‘헐’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조금 전까지 졸던 모습은 간데없고 눈빛이 살아나더니 그다음에 나온 말이 묘하다. “장수한다니 축하해요. 나는 그전에 먼저 떠날게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좋다는 말인지 싫다는 말인지 헷갈린다. 우리 부부는 평소 잉꼬부부라는 소리를 듣는다. 아내가 내가 일찍 죽기를 바랄 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115세까지 산다니 머리가 복잡해진 모양이다.

평소 눕기만 하면 곧장 꿈나라로 떠나는 습관을 가진 나는 이날 밤 엎치락뒤치락하며 잠을 설치고 말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도 그 나이까지 산다는 게 기쁜 일만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오래 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보람을 느끼며 즐겁게 사는 게 중요한 일이다. 기운이 없어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병석에 오래 있게 된다면 행복감이나 삶의 질은 딴 사람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연히 기대수명계산법을 두드렸다가 심각한 주제를 만난 것이다.

이날 이후 나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장수 만세’와 ‘건강 제일’ 중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히 ‘건강 제일’이다. 오래 사는 것보다는 건강하게 사는 게 나의 바람이다. 장수하는 것보다는 건강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확실히 깨달은 것이다. 생각해보니 ‘9988(99세까지 88하게 살다)’이란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건강하게 살려면 제일 중요한 것은 열심히 운동을 하는 것이다. 내가 열심히 운동을 하니까 아내가 묻는다. ‘당신 정말 115세까지 살기로 작심한 모양이지?’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때까지는 너무 멀고 딱 100세까지만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네.” 이게 솔직한 내 심정이다. 그랬더니 아내는 이런 얘기를 한다. “그럼 이제 당신은 벚꽃 구경 서른번만 하면 끝이구먼.” “여보, 스트레스 주지 마. 나 100세까지는 살아야겠어.”

언젠가 80대 초반의 선배에게서 들은 말이 있다. 장수클럽 회원인데 그 모임에 가면 기를 못 핀다는 것이다. 회원 자격이 80세 이상인데 90세 넘은 형님들이 많아서 심부름하기 바쁘다는 것이다. 100세 넘은 회원도 몇분 있는데 모두 정정하시다고 한다.

가장 바람직한 일은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나의 기대수명이 115세라니, 100세 넘어 15년 더 사는 데 쓸 정신과 노력을 건강관리에 쏟아 ‘9988’을 목표로 삼기로 했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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