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오만한 시선, 고칠 개(改)가 특효약

입력 : 2021-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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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마음의 창이다.”

이것은 눈을 통해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잘 알려진 말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미 이천년 전에 철학자 맹자는 그 사실을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고, 그의 눈을 관찰한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을 숨기겠는가?”

맹자는 사람들의 본마음을 알기 위해 말과 눈동자에 집중했다. 그 사람의 말과 눈동자의 움직임이 그의 솔직한 마음을 보여준다고 통찰했던 것이다.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면 나의 감춰진 속마음이 말과 눈을 통해 상대방에게 드러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시선을 통해 나의 사람됨이 드러날 수도 있다는 구절이 <예기> 곡례에 실려 있다.

“시선이 상대의 얼굴 위로 올라가면 교만하고 허리띠 아래로 내려가면 근심이 있고 머리를 기울여 곁눈질하면 간사하다(凡視 上於面則敖 下於帶則憂 傾則姦·범시 상어면즉오 하어대즉우 경즉간).”

이 구절은 신분에 따라 시선을 어떻게 두는지에 대한 예법의 결론인데, 오늘날에도 보편적으로 통하는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신분제는 사라진 지 오래됐지만, 시선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서 사람됨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공감이 간다.

<집설>에서는 이 문장을 이렇게 해설한다. “시선이 상대방의 위로 올라가는 자는 그 기가 교만하니 남에게 자기 몸을 낮추지 못함을 알 수 있다. 띠 아래로 내려가는 자는 정신이 빼앗긴 자니 마음에 근심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곁눈질로 보면 외양이 기울어지니 반드시 부정한 마음이 있는 것이다. 이는 군자가 삼가야 한다.”

교만한 사람을 유심히 살펴보면 턱이 들리고 시선이 남을 아래로 내려다본다. 상대방을 나와 동등한 사람으로 보지 않고 낮춰보는 것이다. 한편 근심이 있는 사람은 아래를 쳐다보는데, 마치 자신의 발을 바라보는 것 같다. 의욕과 자신감을 잃어 세상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것이다. 곁눈질을 힐끗거리는 사람은 잔머리를 열심히 굴리고 있는 자다. 남을 속이고 자기 이익을 꾀하려는 자의 모습으로 속에 있는 음흉함이 드러난다.

오늘날 심리학에서도 눈동자의 방향은 사람의 심리상태를 나타낸다고 했다. 예를 들어 눈동자가 오른쪽 위를 향하면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고, 왼쪽 위를 향하면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는 것이다. 물론 이런 심리학적인 지식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시선이 과연 어디를 향하는지도 염두에 둘 수 있어야 한다.

<근사록>은 스스로 마음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시선을 어떻게 둘지에 대해 알려준다. “쳐다보는 일에는 절도가 있는 것이니, 상대를 볼 때 시점(視點)의 높고 낮음이 있다. 보는 시점이 높으면 거만하고 시점이 낮으면 온화하다. (중략) 시점의 높고 낮음을 시험해보면 자신의 공경함과 오만함이 드러난다. 그 시점을 내리고자 하는 자는 그 마음을 온유하게 하고자 함이다.”

겸손함과 오만함은 상대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수양이란 바로 오만함을 버리는 데 있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다산 정약용도 <도산사숙록(陶山私淑錄)>에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 해법도 알려준다

“우리는 허물이 있는 자들이다. 힘써야 할 것 중 급한 일은 오직 ‘허물을 고치는 것(개·改)’일 뿐이다. 세상을 오만하게 바라보며 남을 능멸하는 것이 한가지 허물이고, 기예를 자랑하고 재능을 뽐내는 것이 또 한가지다. (중략) 가지가지 허물을 이루 셀 수가 없으니 여기에 맞는 약제(藥劑)는 ‘고칠 개(改)’가 바로 그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많은 허물이 있고, 그것은 주로 오만한 시선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산은 한가지 희망을 우리에게 준다. ‘고칠 개(改)’라는 특효약이 바로 그것이다. 오만함을 버리고 겸손을 되찾으면 시선 역시 자연히 바르게 된다.

조윤제 (인문고전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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