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땅에 살 권리

입력 : 2021-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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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비료 덕에 인구 늘었지만 토지는 오염돼 국민 건강 위협

땅 파괴 삶의 방식 결별하고

자신의 몸처럼 흙을 아끼며 다양한 농업기술로 살려야

 

땅은 삶의 터전이다. 건강한 삶은 건강한 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땅은 건강하지 못하다. 그래서 국민의 삶도 건강하지 못하다. 땅이 건강하지 못한 이유는 많다. 그중에서 인구 증가는 땅을 오염시킨 주요 원인이다. 1900년대 이후 인간이 땅을 점령한 비율은 20% 미만이었지만 지금은 무려 80%에 가깝다. 1950년 한국의 인구수는 2000만명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1970년에는 3000만명으로 증가했다. 20년 만에 1000만명이 늘어난 것이다. 이후 15년 뒤인 1985년에는 4000만명, 30년 뒤인 2015년에는 5000만명에 이르렀다.

인구가 늘어난 이유는 벼의 다수확 품종 개발과 더불어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으로 생산력을 크게 높여 먹는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특히 화학비료와 농약은 노동력 절감과 병충해 방제에 크게 기여했다. 화학비료가 없던 시절에는 농가마다 거름을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동력을 투자했다. 농부의 아들인 나도 학창시절 아침 일찍 일어나 신작로에서 소똥을 줍고, 수시로 집 근처 산에 가 풀을 베어 거름을 만들었다. 박정희 정권 때는 퇴비 생산운동을 통해 생산력을 높이는 데 학생들을 동원했다. 학생들은 오전 수업을 마친 후 오후에는 동네별로 손수레를 가지고 들판에 가서 풀을 베는 데 동원됐다. 이같은 운동은 우리나라에서 화학비료가 생산되면서 끝이 났다.

벼농사를 비롯해 농업에는 병해충이 수확에 큰 영향을 준다. 농약이 나오기 전까지는 병해충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농약은 병충해 방제는 물론이고 제초에 큰 효과를 거뒀을 뿐 아니라 노동력도 크게 줄였다. 특히 제초작업은 수확량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예컨대 벼농사의 경우만 해도 몇 차례 제초해야만 정상적인 수확량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여름작물인 벼논의 풀을 제거하는 작업은 정말 고통스러운 노동이다. 밭작물인 콩도 여름작물이라서 땡볕에서 풀을 뽑는 일은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들다. 그런데 다양한 농약이 나오면서 제초문제는 거의 사라졌다.

우리나라는 화학비료와 농약 덕분에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가난에서 벗어나자 땅은 생명력을 잃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이같은 모순은 역사 진행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일지 모른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국민은 건강한 삶을 기대할 수 없다.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람이 땅을 닮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사람이 땅을 닮는다는 사실은 중국 춘추시대 <초간노자(楚簡老子)> 제1장 중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이 땅을 닮는다는 것은, 곧 땅이 인간의 삶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현재 도시든 농촌이든 땅을 직접 밟고 다닐 수 있는 곳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의 길이 시멘트로 포장됐기 때문이다. 밟을 수 있는 땅마저도 오염이 아주 심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는 인류에 어떻게 살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생존의 위기를 맞은 인류는 기존 삶의 방식과 과감하게 결별해야 한다. 그중 하나는 땅의 생명력을 파괴한 삶에서 땅의 생명력을 회복하는 삶으로 전환해야 한다. 다행히 그간 인간이 성취한 과학기술은 땅의 생명력을 회복시키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다양한 기술로 땅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농업기술이 많이 등장했다. 예컨대 위드스톱 부직포나 일라이트 막덮기 부직포 등은 밭작물의 풀을 억제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나무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이 가장 살기 좋은 땅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땅 중에는 나무조차 제대로 살 수 없는 곳이 적지 않다. 누구나 땅에서 살 권리를 갖고 있지만,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의무를 다해야 한다. 땅은 곧 인간 자체다. 그러니 땅은 인간이 자신의 몸처럼 아낄 때만이 살아 숨 쉰다.

흰 소띠 해를 맞은 신축년 새해는 소들이 마음껏 흙을 먹을 수 있는 원년이어야 한다. 흙은 유해물질을 중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아울러 불교에서 소는 사람의 마음을 뜻하니, 건강한 흙은 인간의 마음마저 맑게 한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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