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소의 해에 되새겨보는 소의 지혜

입력 : 2021-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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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농사지을 때 든든한 일꾼 가난한 농가의 큰 재산이기도

‘우생마사’ 때를 기다릴 줄 알고 ‘우보만리’ 꾸준함의 미덕까지

미래 불분명한 시기에 꼭 필요

 

음력 설이 지나면서 소의 해 신축년(辛丑年)이 밝았다. 신(辛)은 오행에서 흰색이고 축(丑)은 소(牛)를 뜻하므로, 신축년은 신성한 기운을 지닌 흰 소의 해라고 할 수 있다.

매년 새해를 맞으면 그해의 상징 동물에 대해 좋은 의미를 부여하곤 하는데, 금년에는 더욱 그 의미가 새롭다. 소는 우리 민족에게 친근한 동물이며, 특히 농업에 있어서는 가장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소가 없으면 농사를 짓기 어려웠던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였다. 가난한 농가의 가장 큰 재산이기도 했고, 집안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든든하게 기댈 수 있는 가족과 같은 존재였다. 송아지로 태어나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다가 아이들이 대학에 갈 즈음에는 대학 학자금이 돼줬고, 시집 장가 밑천이 된 것도 역시 소였다.

소는 그 성품이 우리 민족과 닮았다. 우직하면서도 충성스럽고, 온순하면서도 끈기 있고, 힘이 넘치면서도 난폭하지 않으며, 여유롭고 평화로운 모습은 마치 옛 선비들의 ‘중용(中庸)의 덕’을 보는 것 같다. 소와 관련된 성어에서 소의 해에 새겨볼 만한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우생마사(牛生馬死)’란 성어다. 홍수에 휩쓸려 갈 때 ‘소는 살고 말은 죽는다’는 뜻으로 위기에 임하는 지혜를 말해준다. 살려고 버둥거렸던 말은 결국 힘이 빠져 죽고 만다. 하지만 물결에 순응하며 때를 기다린 소는 머지않아 물살이 약해지는 곳을 만나게 되고, 뭍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공자는 “곤궁에는 운명이 있음을 알고, 형통에는 때가 있음을 알고, 큰 어려움에 처해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성인의 용기다”라고 말했다. 위나라 광(匡) 땅에서 위기에 빠졌을 때, 제자 자로가 “어떻게 이 큰 위기에서 태연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대답해준 말이다. 공자가 고난과 형통은 모두 운명이니까 별다른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던 것은 아니다. 어떤 어려움에서도 좌절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것이 진정한 용기며, 그럴 때 그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말이다.

공자가 말했던 것은 바로 성어 ‘호시우행(虎視牛行)’이 말해주는 바와 같다. “호랑이의 눈으로 꿰뚫어 보고 소처럼 우직하고 힘차게 행동하라.” 위기에 빠졌다면 상황을 정확하게 읽는 호랑이와 같은 날카로운 눈이 필요하다. 하지만 행동은 소처럼 신중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상황을 판단하고, 힘을 축적하고,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다면 어떤 위기에도 길이 열리기 마련이다.

그다음 새겨야 할 소의 지혜는 꾸준함이다. “소걸음으로 가도 만리를 갈 수 있다”는 ‘우보만리(牛步萬里)’가 말해주는 바다. 빠름과 신속함의 세상에서 꾸준함의 미덕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속함에는 반드시 보완해야 할 덕목이 있다. <맹자> ‘진심상’에 실려 있는 “나아감이 성급한 자는 물러나는 것도 빠르다(其進銳者 其退速·기진예자 기퇴속)”에서 보듯이 신속함에는 끈기가 없다. 그리고 행동이 빠르듯이 포기도 빠르다는 결점이 있다.

제자 자하가 거보 땅의 읍재(邑宰)가 돼 어떻게 하면 정치를 잘 할 수 있을지 스승인 공자에게 물었다. 새롭게 관직에 진출하며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새기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서두르지 말고 작은 이익에 집착하지 마라. 서두르면 도달할 수 없고, 작은 이익에 집착하면 큰일을 이룰 수 없다(無欲速 無見小利 欲速則不達 見小利則大事不成·무욕속 무견소리 욕속즉부달 견소리즉대사불성).”

공자는 조급하고 소심한 성품의 자하가 빠른 성과를 내려고 하다가 오히려 일을 망칠 수도 있음을 경계했다. 또한 작은 이익에 집착하다가 능력을 미처 다 발휘하지 못할까 염려했다. 눈앞의 일에 연연해하는 소심한 제자에게 더 크고 멀리 보라는 가르침을 주었던 것이다.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기는 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미래가 불분명한 새해를 희망과 결실의 한해로 만들기 위해서는 때를 기다리는 용기와 우직할 정도의 꾸준함이 필요하다. 소의 지혜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

조윤제 (인문고전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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