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혜성처럼 나타났다 유성처럼 사라진 대통령

입력 : 2021-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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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정치 신인 트럼프 ‘쇼’ 흥행 덕분에 깜짝 당선

4년간 원맨쇼 멈추지 않아 측근조차 등 돌리게 만들어

지도자, 좌표 찍어주는 역할 내실 있는 국정 수행 ‘바람직’

 

4년간의 화려한 쇼는 끝났다. 온갖 구설을 몰고 다닌 사업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그가 당선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트럼프는 완전한 정치 신인이었다. 그러나 그의 주특기인 쇼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판세가 뒤집어졌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쇼의 힘이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자는 이 구호는 기업계에서 잘 만든 마케팅 광고 카피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쇼 덕분에 당선된 그는 행정부도 입법부도 사법부도 무시하고 독단의 정치를 했다. 원맨쇼가 시작된 것이다. 정통 관료 대신 측근들을 데리고 중요한 국정 의사결정을 했다. 기존 언론을 무시하고 언론과의 싸움도 불사했다. 대신 트윗을 통해 원맨쇼를 계속했다. 낮이고 밤이고 트윗질을 해대는 트윗 정치를 했고, 중요 인사의 사직과 임용도 트윗으로 알렸다. 백악관 대변인은 그가 날린 트윗 해설자 역할에 머물렀다.

트윗 쇼는 위력적이다. 언론보다 먼저 이슈를 던지면 선점효과를 통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으니 ‘속도의 힘’을 통해 먼저 치고 먼저 빠져나가는 ‘히트 앤 런’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이다. 쇼는 진실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본질이다. 사람들이 깜짝 놀랄 예상 밖의 언행이나 극적 반전이 있어야 흥행이 성공한다.

트럼프는 쇼의 이런 본질을 꿰뚫고 있는 사람이다. 사업가로 빛을 본 것도 쇼를 통해서였다.

그는 마음으로 정치를 한 게 아니라 입으로 정치를 한 사람이다. 진실로 정치를 한 게 아니라 쇼로 정치를 한 사람이다. 그가 행한 수많은 트윗과 연설은 대부분 거짓과 선동적 언사였다. 트럼프 대통령 형의 딸인 한 정신분석가는 트럼프가 어려서부터 거짓말과 위선적 행동을 일삼는 믿을 수 없고 위험한 인물이라고 저서를 통해 고발했다.

그의 쇼는 4년 동안 계속됐다. ‘소통’ 대통령이 아니라 ‘쇼통’ 대통령이었다. 때로는 국민을 열광시키고 때로는 긴장시키는 힘이 있었다.

그러나 원맨쇼를 계속하면 결국 관중들은 흥미를 잃게 된다. 관중들이 서서히 지쳐가는 줄도 모르고 그의 쇼는 계속됐다. 내용도 소재도 똑같은 쇼를 4년이나 보았으니 흥미를 잃은 정도가 아니었다. 그동안 쇼를 보느라고 놓친 소중한 일들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이 위대해진 것이 아니라 국론은 분열되고 국격은 실추되고 경제는 침체된 것을 깨닫게 됐다. 원맨쇼에 끌려다니는 동안 자존감도 자긍심도 함께 무너진 것을 깨닫게 됐다.

트럼프는 재임 중 탄핵안이 두번이나 하원에서 통과된 유일한 대통령이다. 쇼를 그만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경고인 것이다. 그는 끝까지 원맨쇼를 멈추지 않다가 선거에서 패배했다. 선거 결과에도 승복하지 않고 버티다가 마침내는 측근들조차 등을 돌리는 상황에 몰렸다. 그는 후임자인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150여년의 소중한 전통마저 깨뜨린 것이다.

그는 취임식에 참석하는 대신 지지자들을 모아놓고 셀프 퇴임식을 갖고 끝까지 원맨쇼를 했다. 이제 트럼프의 쇼는 완전히 끝났다. 그는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유성(별똥별)처럼 사라진 대통령이다.

혜성이나 유성은 밤하늘을 장식하는 우주 쇼의 주역이다. 그러나 화려한 우주 쇼의 주인공 별똥별은 대부분 대기 중에서 타버리고 사라진다. 지도자는 좌표를 찍어주고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존재다. 북극성이나 십자성 같은 별이어야 한다.

4년짜리 트럼프 쇼를 본 소감이 왜 없겠는가? 지금 우리나라 대통령은 혜성일까 유성일까, 아니면 북극성일까 십자성일까? 그동안 쇼통이라는 소리도 적지 않았다. 원맨쇼가 아니라 투맨쇼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정행사를 쇼처럼 연출하는 비서관이 너무 노출돼서 나온 말일 수도 있다.

국정은 쇼가 아니다. 이제 남은 임기 동안 국정을 내실 있게 수행해 유성이 아니라 항성으로 기억되기를 기대한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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