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일을 이루는 두가지 비결, 객관적 시각과 몰입

입력 : 2021-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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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고자 상’에는 전심치지(專心致志), 즉 ‘오로지 마음을 집중해 뜻한 바를 이룸’이라는 성어가 실려 있다.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 선왕이 나라를 통치하는 데 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없는지를, 맹자가 바둑의 예로 설명해주는 고사다.

춘추시대, 혁추(奕秋)라는 바둑의 고수가 있었는데 그에게는 두명의 제자가 있었다. 그중 한 제자는 온 마음을 다해 바둑을 배웠다. 그는 항상 정신을 집중해 가르침을 받았기에 훗날 훌륭한 바둑의 고수가 될 수 있었다. 다른 한 제자는 겉으로는 스승의 말을 듣는 척하면서 항상 다른 생각을 했다. 기러기가 날아가면 ‘저놈들을 어떻게 활을 쏘아 잡지?’ 하며 새 잡을 궁리만 하고 있었다. 그는 똑같이 혁추 밑에서 공부했지만 아무것도 이룰 수 없었다.

맹자는 이렇게 말했다.

“바둑은 작은 기예지만 ‘전심치지’ 하지 않으면 잘 둘 수가 없다. 최고의 고수인 혁추에게 배워도 마음과 뜻을 다한 사람과 새 잡을 궁리만 한 사람은 다르다. 이것은 두 사람의 지혜가 달라서인가? 그렇지 않다.”

맹자가 말했던 것은 정신을 집중하는 몰입의 경지다. 몰입은 바둑뿐 아니라 공부, 심지어 나라를 통치하는 일에도 꼭 필요하다. 맹자는 바둑으로 몰입의 이치를 말해주었지만 공자는 매미 잡는 꼽추로부터 직접 배웠다. <장자>에 실려 있는 고사다.

공자가 초나라를 향해 길을 가다가 웬 꼽추가 매미를 잡고 있는 것을 보았다. 마치 길에 떨어진 물건을 줍듯이 매미를 거둬들이는 모습을 보고 공자가 감탄해서 물었다.

“당신 재주가 참 놀랍구려! 거기에도 혹시 무슨 도 같은 게 있소?”

꼽추가 대답했다.

“물론 있습니다. 처음 대여섯달 동안은 매미채 꼭대기에다 알을 두개 포개어 올려놓고 떨어뜨리지 않는 연습을 하면 실패 확률이 많이 줄어듭니다. 그다음 알을 세개 포개어 올려놓고도 떨어뜨리지 않을 정도면 실패할 확률이 열에 한번 정도입니다. 만약 알을 다섯개 올려놓고도 떨어뜨리지 않으면 땅에 있는 물건 줍듯이 매미를 잡을 수 있습니다.”

공자는 제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마음을 하나에 집중한다면 그 기술이 신의 경지(神明·신명)에 이를 수 있는데 이 노인은 이미 그 경지에 이르렀다.”

공자가 노인으로부터 배웠던 것도 역시 몰입의 경지다. 하지만 <장자>에는 또 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고사도 있다. 오히려 집착하지 않고 마음을 비워야 일을 이룰 수 있다는 이치다.

황제가 곤륜산을 유람하다가 귀한 구슬을 잃어버렸다. 먼저 지식이 뛰어난 사람(知·지)을 보냈지만 찾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다음은 눈이 밝기로 유명한 사람(離朱·이주)을 보냈지만 헛걸음만 했다. 세번째로 말을 잘하는 사람(喫·끽후)을 보냈지만 마찬가지였다.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고 있을 때 평소에 별생각이 없어 흐리멍덩한 사람(象岡·상강)이 찾아왔다. 황제는 별다른 기대 없이 그를 보냈지만 의외로 손쉽게 구슬을 찾았다.

여기서 장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도를 얻는 경지다. 지식이나 재주, 집중력과 노력으로는 도를 이룰 수 없고, 도를 얻으려면 반드시 욕심과 집착을 버려 마음을 비워야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이치는 평범한 일상에서도 적용된다. 마음을 비워 객관적인 시각을 가져야 할 때가 있는데, 예를 들면 바둑을 두는 고수보다 관전하는 하수에게 수가 더 잘 보이는 경우다.

어떤 일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에게 ‘한걸음 물러서서 보라’고 충고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집착하면 몸이 굳어지고 마음이 조급해져서 일을 이루기 어렵다.

이러한 두가지 관점의 고사를 잘 아울러 말해주는 <채근담>의 가르침이 있다.

“일을 계획하는 사람은 몸을 그 일 밖에 두어 마땅히 이해의 사정을 모두 살펴야 하고, 일을 실행하는 사람은 몸을 그 일 안에 두어 마땅히 이해의 생각을 잊어야 한다.”

몸을 일 밖에 두는 것은 객관적인 시각으로 일의 전체를 보는 것이고, 몸을 그 안에 두는 것은 오직 그 일에만 몰입해서 다른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 둘을 조화롭게 하면 일이 이루어진다.


조윤제 (인문고전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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