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뽕나무의 생태와 농촌의 희망

입력 : 2021-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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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공간에 대한 필요성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 

깨끗한 환경 증명하는 누에용 뽕나무 심으면 

농촌경제 활성화에 도움

관련 프로그램 개발도 가능

 

뽕나무는 세계 문명 교류사의 뿌리이자 인류의 미래다. 실크로드학의 중심은 실크이고, 실크의 원류는 뽕나무이기 때문이다. 세계사에서 실크로드, 즉 비단길은 인류가 만든 가장 아름다운 길이었지만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남아 있다. 비단길의 쇠퇴는 비단을 대체한 옷감이 대량으로 생산돼서다. 자연스럽게 비단의 원료인 뽕나무 재배도 급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까지 성행한 뽕나무 재배가 현재는 명맥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겁다. 뽕나무 재배가 성행했다는 증거는 서울시 중구 창덕궁의 뽕나무 천연기념물 제471호와 경북 상주시 은척면 뽕나무 천연기념물 제559호다. 전국에서 두그루밖에 없는 뽕나무 천연기념물은 우리나라 실크로드 역사의 상징이다.

뽕나무 재배 역사는 곧 인류의 의류 역사다. 비단을 만들려면 뽕나무가 필수다. 뽕나무는 중국이 원산이다. 중국에는 뽕나무에 대한 얘기가 아주 많다.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바뀐다는 ‘상전벽해(桑田碧海)’, 누에가 뽕잎을 갉아 먹는다는 ‘잠식(蠶食)’ 등 뽕나무 관련 단어도 탄생했다. ‘임도 보고 뽕도 따고’라는 속담은 <시경(詩經)> ‘상중(桑中)’에서 유래했다. 우리나라에도 예전엔 중국의 영향으로 누에와 뽕나무 관련 문화, 즉 ‘잠상문화(蠶桑文化)’가 많았지만, 이제 거의 잊혀졌다. 잠상산업이 가장 발달했던 경북 상주와 전북 부안에서도 명주박물관·누에타운 등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려 하지만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필자가 사양산업 중 하나인 뽕나무에 큰 관심을 갖는 것은 뽕나무가 지닌 문화적 가치 이상으로 이 시대에 아주 중요한 나무라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뽕나무는 크게 누에용 뽕나무와 오디용 뽕나무로 나눌 수 있다. 그중에서도 오디용 뽕나무의 재배면적이 넓다. 그 이유는 전통 시대의 뽕나무는 모두 누에용이었지만 지금은 누에를 통해 비단을 생산하기보다는 대부분 오디를 통해 수익을 얻기 때문이다.

필자가 특별히 관심을 갖는 뽕나무는 누에용이다. 누에용 뽕나무는 그 어떤 오염도 허락하지 않는다. 누에나방의 유충인 누에는 세상에서 가장 예민한 생명체다. 조금이라도 오염된 뽕잎을 먹으면 살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경북 상주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누에 실로 만든 비단을 생산하지 않는다. 그래서 뽕나무 재배농가도 대부분 오디용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발상을 바꾸면 오디용보다 누에용을 선택하는 것이 앞으로 농촌 경제를 살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농촌은 인구 급감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마다 경제 기반을 마련하는 데 모든 정책과 재정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지자체마다 중복 투자도 많고, 지역에 맞는 업종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그러나 누에용 뽕나무는 전국 어디서나 재배 가능할 뿐 아니라 투자 비용도 많지 않다. 문제는 누에용 뽕나무를 심어서 어떻게 수익을 얻을 수 있는가다. 뽕나무 수익과 관련해서도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현재 인간이 거주하는 공간은 지구온난화·공해·황사·미세먼지 등으로 매우 불안하다. 인간의 삶에서 청정한 공간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지만 쉽게 개선될 여지는 많지 않다. 당장이라도 청정한 공간을 만들지 않으면 미래는 더욱 암울할 수밖에 없다. 그 가운데 누에용 뽕나무는 인간이 청정한 공간에서 살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농촌에서 누에용 뽕나무를 많이 심으면, 농촌 자체가 가장 청정한 공간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 된다.

청정한 농촌 공동체는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이다. 청정한 공간의 가치는 그 어떤 가치보다 앞서기 때문이다. 이제 농촌에서도 그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철저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만 농촌 공동체 구성원들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에 자부심을 갖자. 더 나아가면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필요한 뽕나무 관련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만들 수도 있다. 뽕나무는 세상의 나무 중에서도 물질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를 가장 풍부하게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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