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성에 올라가 고함치지 말라

입력 : 2020-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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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올려다보는 성

그곳에서 소리치면 불안감 확산 특정인 비난할 경우 파급력 커

오늘날 공인의 사회적 위치 

항상 성에 서 있는 것과 같아 말조심하고 스스로 돌아봐야

 

“성에 올라가 손가락질하지 않으며, 성 위에서 고함치지 않는다(登城不指 城上不呼·등성부지 성상불호).”

일상의 생활에서 사람들이 지켜야 할 도리를 말해주는 <예기> ‘곡례’에 있는 글이다. 시대상과 문화가 현격히 다른 오래전의 예절을 말하고 있지만, 오늘날에도 현실에 맞춰 적용하고 배워야 할 점이 많다. 오히려 근본과 가치관이 혼란스러운 요즘 현실에서 더욱 절실히 새겨야 할 필요가 있다. <집설>에서는 이렇게 해설해준다.

“손짓을 하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의혹을 품게 하고, 고함을 치면 듣는 사람을 놀라게 한다.”

성이란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보루로서, 위급한 일이 있으면 신호를 보내는 곳이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어서 그곳에 올라 어떤 행동을 하면 모두가 쳐다보게 돼 있다. 소리를 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높은 곳에서 고함을 치면 혹여 위급한 일이 생겼나 하여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게 된다. 결국 성안에 있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놀라게 할 수 있기에 금했던 것이다.

옛날에 성 위에 올라 손가락질을 하고 고함을 치는 것은 오늘날로 보면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직접 대면해서 비난하는 것도 있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처럼 모든 사람이 공개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파급력이 더욱 크다. 현대 첨단 정보기술(IT)의 산물인 SNS는 정보의 공유와 전달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제대로 쓰지 않으면 이로 인한 폐해도 막대하다. 제한되지 않고 수습할 수 없는 정보는 심각한 피해를 보는 개인을 양산하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옛날에는 공개적으로 비난하려면 성 위에 올라가야 한다는 제약이라도 있었지만, 오늘날은 누구든지 손쉽게 할 수 있게 됐다.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켜고 자판을 두드리기만 하면 끝이다.

위의 글이 소리를 내지 말아야 할 경우라면 다음에 실려 있는 이 글은 소리를 높여야 하는 경우다.

“마루에 오를 때는 소리를 반드시 높여야 한다(將上堂 聲必揚·장상당 성필양). 문밖에 두켤레 신이 있거든 말소리가 들리면 들어가고, 말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는다.”

마루에 오를 때 소리를 내는 것은 방 안에 있는 사람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것이다. ‘사람이 들어가니 미리 알고 있어라’는 의미다. 방 안에서 말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은 본의 아니게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엿듣게 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공개적이지 않은 일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설사 특별한 일을 하지 않을 때라도 갑자기 사람이 들이닥치면 누구나 놀라기 마련이다.

개개인의 측면에서 보면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비판하고 싶을 때가 누구에게라도 있을 것이다. 혹은 상황을 한탄하며 탓하고 싶을 때도 당연히 있다. 특히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되면 더더욱 그렇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위안하고 싶고, 다른 사람을 탓하며 책임을 모면하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은 비난을 피하기보다는 오히려 비겁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게 된다. 남을 탓하기보다 먼저 스스로 돌아보며 때를 기다릴 수 있다면 억울함을 풀고, 위기를 벗어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공인(公人), 특히 사회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말’을 조심해야 한다. 이들은 굳이 성에 올라가지 않아도 성에 오른 것과 같다. 모든 사람의 이목이 집중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라도 하면 많은 사람이 유심히 보게 되고, 언론 보도를 통해 온 세상에 널리 파급이 된다.

하지만 요즘 세태를 보면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완전히 뒤바뀐 것 같은 느낌이다. 정작 해야 할 말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은 굳이 말함으로써 세상을 혼란스럽게 한다. 겉으로는 공익을 위한다고 내세우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실상은 자기 유익을 꾀할 뿐이다.

<논어>에는 “군자는 상대방의 장점은 키워주고 단점은 막아주는 사람이다. 소인은 그 반대다(君子成人之美 不成人之惡 小人反是·군자성인지미 불성인지악 소인반시)”라고 실려 있다. 지도자라면 다른 사람의 단점을 찾아내 비난하기에 앞서 먼저 자신을 돌아볼 일이다.

조윤제 (인문고전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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