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가정이 우주의 중심이다

입력 : 2020-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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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마피아가 이탈리아 로마에서 당시 16세였던 존 폴 게티 3세를 납치해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납치된 사람은 미국 석유 재벌 진 폴 게티의 손자였다. 진 폴 게티는 1957년 미국 최고 부자로 등극했던 사람이지만 구두쇠로 유명했다. 가족이 아파서 병원에 가면 치료비가 비싸다고 불평할 정도였다.

손자의 목숨보다 돈이 더 아까웠던 진은 몸값 지불을 거부했고 마피아는 손자의 귀를 잘라 로마신문사로 보내며 협박했다. 이 소동 끝에 납치된 소년의 아버지가 협상을 통해 액수미상의 돈을 지불하고 아들을 구해냈다. 나중에 경악할 일이 밝혀졌다. 할아버지가 손자의 몸값을 자기 아들에게 연리 4%를 받기로 하고 빌려줬던 것이다. 존 폴 게티 3세는 할아버지가 자기 몸값을 지불하지 않으려 했다는 것을 알고 그 충격으로 약물중독에 빠졌고, 25세에 사지가 마비됐고 54세에 세상을 떠났다.

집안의 비극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진의 장남 조지 F 게티 2세는 진정제와 알코올 과다복용으로 고생하다 48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셋째 아들이자 납치됐던 소년의 아버지인 존 폴 게티도 알코올과 마약에 빠져 불행한 삶을 살았다.

진은 일생 동안 다섯번 결혼하고 다섯번 이혼했다. 아들 다섯명을 뒀는데 이들과 그 부인들 자식들까지 약물중독으로 죽거나 사고사 하는 등 악운의 연속이었다. 진은 호화로운 대저택에 살았지만 1976년 83세의 나이로 정부와 애완견들에 둘러싸여 숨을 거두었다. 그의 가족은 단 한명도 임종을 지켜보지 않았다.

게티 가문의 불운과 비극이 새삼 거론되는 것은 진의 손자인 존 길버트 게티가 최근 미국 텍사스의 한 호텔에서 52세의 나이로 숨진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게티 가문의 비극을 보면서 두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돈이란 무엇인가? 가족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돈이 부족하면 불편을 겪고 돈이 없으면 고통을 겪게 된다. 돈이 없어 고통이 극심하면 하기 싫은 일도 하게 된다. 이쯤 되면 돈이 원수다. 우리 판소리 흥보가엔 그 유명한 ‘돈타령’이 나온다. 흥부가 굶어 죽을 판이 되자 매품을 팔아 돈을 받아오면서 부르는 노래다. “이놈의 돈아 아나 돈아, 어디 갔다가 이제 오느냐, 돈 봐라 돈돈돈, 돈돈돈 돈 봐라 돈∼.” 매 열대를 대신 맞아 받은 돈 서른냥을 들고 집에 가며 부르는 노래다.

정말 돈이 원수고 돈에 한이 맺힌다는 말이 가슴에 꽂힌다. 그런데 게티 가문의 비극을 보면 미국 최고의 부자 소리까지 듣던 사람의 집안이 몰락하고 온 가족이 불행에 빠진 것 또한 돈 때문이다.

인간은 돈의 액수와 비례해서 더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돈이 많으면 여유 있게 살 수 있고 남을 도울 능력이 생긴다. 그러나 부자가 덕이 없고 인색하면 오히려 질시와 비난을 받기 십상이다. 돈 때문에 가족들끼리 분란이 생기기도 하고, 돈 때문에 사고에 휩쓸리기도 한다. 그야말로 돈이 원수인 셈이다.

돈은 벌기도 힘들지만 쓰기는 더 어렵다. 그래서 ‘돈을 버는 건 기술이고 돈을 쓰는 건 예술’이라는 말까지 나왔을 것이다. 게티는 ‘가족보다 돈을 더 사랑한 사람’으로 유명했다. 그러니 주변에 정을 나눌 사람이 없는 게 당연하다.

“가정은 우주의 중심이다.” 빌 게이츠가 한 말이다. 빌 게이츠는 회사에서 만나 결혼한 부인 멀린다 게이츠와 금실이 좋기로 유명하다. 세계 최고 부자인 이들은 자선재단을 만들어 더 건강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돈이냐, 가정이냐? 굳이 이런 질문을 한다면 아무래도 가정이다.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저녁이 있는 삶’이 나타났다. 도심지 번화가에 불이 꺼지고 가정에 불이 켜지는 이변이 생긴 것이다. 내 삶이 행복한지 아닌지는 요즘 제대로 알 수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가족이 화목하고 서로 도우며 살면 그게 행복이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소득이 있다면, 내 삶에 대해 더 근본적인 성찰을 하게 됐고 그 결과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된 것이다. 모두 힘든 세상이다. 각자 내 가정의 행복부터 살려야 한다. 가정이 우주의 중심이고, 가정이 행복의 중심이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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