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진정한 위정자의 자세

입력 : 2020-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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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낮춰 편안하게 다가서고 바른말 하는 사람 대우해야

온화한 태도로 경청하는 자세 요구사항 실제 이행도 중요

아랫사람 통솔 ‘솔선수범’ 핵심

 

‘이정(二程)’으로 불리는 중국 송나라 때의 유학자 정호(程顥)와 정이(程)는 형제로서 성리학의 탄생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들이다. 그들의 언행을 모은 책 <이정전서>에 실린 글이다.

“유안례가 백성을 대하는 도리를 묻자, 명도 선생(정호)은 ‘백성이 제각각 자기 뜻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아전을 통솔하는 방법을 묻자 ‘자기 몸을 바로잡고 나서 남을 바르게 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유안례가 스승인 명도 선생에게 물었던 두가지는 지방의 목민관이 백성과 아전(하급 관리)을 대하는 자세다. 한 고을을 다스리는 관리로서 지켜야 할 자세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백성이 ‘자기 뜻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은 백성이 자기 생각이나 고충을 관리에게 부담 없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관리들은 백성이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먼저 위정자는 몸을 낮춰서 백성에게 편하게 다가서야 한다. 그래야 백성이 쉽게 그들의 생각을 전할 수 있고, 모든 일이 정당하게 처리될 수 있다. “편안히 말하라”고 하면서 정작 관청 문을 들어서기 꺼려지게 만든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또한 백성이 편안하게 말할 수 있도록 온화한 태도로 그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 위압적인 자세로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강압적으로 몰아붙이는데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 한가지 지켜야 할 것은 백성이 말한 것을 진심을 다해 실현해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것이 올바른 것인지 사사로운 이익을 위한 것인지는 따져서 가려야 하지만 정당한 요구는 반드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편안히 말하라고 해놓고 정작 아무것도 해결해주는 것이 없다면 소통하는 겉모습만 있을 뿐 꽉 막혀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다음 아전들을 통솔하는 방법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윗사람의 솔선수범이다. 윗사람이 청렴하면 아랫사람도 청렴해지고, 윗사람이 열심히 일하면 아랫사람도 따른다. 즉 조직의 문화는 윗사람의 행동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논어> ‘자로’에는 이를 말해주는 구절이 있다. “자신의 몸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행해지고, 자신이 바르지 못하면 비록 명령해도 따르지 않는다(其身正 不令而行 其身不正 雖令不從·기신정 불령이행 기신부정 수령부종).” 스스로 바르지 못한 사람이 아무리 조직의 정의를 외쳐도 아랫사람은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겉과 속이 다른 모습에 실망하게 된다.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절실했던 다산 정약용이 곡산 부사로 부임했을 때의 일이다. 처음 부임하러 가는 길에 작은 소동이 있었다. 예전에 군포 징수의 부당함을 항변하며 백성과 함께 소요 사태를 일으켰다가 도망쳤던 이계심이라는 자가 다산 앞에 나타났던 것이다. 그는 관청의 부당함과 백성의 억울함을 적은 호소문을 다산에게 올리며 자수했다. 많은 측근이 그를 잡아 벌줄 것을 주장했지만 오히려 다산은 그를 석방하며 이렇게 말했다.

“관청이 밝지 못한 까닭은 사람들이 자신을 위한 계책을 잘 세우지 못하고, 폐단을 적시해 관청에 대들지 않기 때문이다. 너 같은 사람은 관청에서 많은 돈을 줘서라도 들여야 할 것이다.”

관청에서 백성을 등치고 부정한 일을 저지르는 것은 백성이 자기의 뜻을 제대로 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말 백성을 사랑하는 관리라면 오히려 이처럼 바른말을 하는 사람을 대우하며 그들의 좋은 의견을 들어야 한다. 그 당시로는 파격적인 주장이었지만 다산에게는 목민관이 해야 할 일에 대한 분명한 주관이 있었다. 바로 백성을 사랑하고 은혜를 베푸는 일이다. 그것을 위해 설사 자기 뜻에 반대되는 주장이라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다산은 <목민심서>를 쓴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목민(牧民)이란 무엇인가? 오늘날의 법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다. 한 백성이라도 그 은택을 입는 자가 있기를 바라는 것이 나의 마음이다.”

자기 뜻에 맞으면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모두 받아들이고, 자기편이 아닌 사람의 말은 아무리 좋은 의견도 모두 배척한다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위정자가 될 수 없다.

조윤제 (인문고전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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