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맹자가 말하는 다섯가지 불효

입력 : 2020-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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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이루 하’에서 제자 공도자(公都子)가 맹자에게 물었다. “광장(匡章)을 온 나라에서 불효자라고 합니다. 그러나 스승님께서는 그 사람과 교유하실 뿐 아니라 예우까지 하십니다. 그 연유를 여쭙습니다.”

광장은 제나라의 명망 높은 장수다. 하지만 어머니가 부정한 일을 저질러 아버지로부터 죽임을 당하고 마구간에 묻힌 일로 인해 아버지와 뜻을 달리했다. 자식 된 도리로 어머니 묘를 이장할 것을 간청했지만 아버지가 거절하자 아내와 아들을 내보내 홀아비 신세를 자처했다. 아버지의 뜻을 따르지 않을 수도 없고, 아들로서 어머니를 좋은 곳에 모시지 못했던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던 것이다. 자신은 불효자이므로 아내와 아들로부터 봉양받을 자격이 없는데, 만약 봉양을 받는다면 자신의 죄가 더 커질 거라고 본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아버지의 뜻을 따르지 않은 광장을 비난했지만, 맹자는 광장의 심정을 이해하고 그와 가까이 지냈다. 그리고 그 시대에 불효라고 할 다섯가지를 말하며 광장은 이중 어느 것 하나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대적 상황이 다르지만 다섯가지 불효는 지금도 새겨들을 만한 지점이 있다. 맹자가 꼽은 불효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이렇다.

먼저 게으름으로 인해 부모를 봉양하지 못하는 것이다. 전쟁이 거듭되던 당시는 제 몸 하나 건사하고 살기도 쉽지 않은 시절이었다. 따라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는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살아야 했는데, 잠깐의 달콤함에 빠져 아들의 역할을 소홀히 하면 불효를 저지르는 것이다.

두번째는 노름과 술에 빠지는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지나친 술과 도박은 사람을 망치는 가장 빠른 길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성실히 일한 후에 잠깐 즐기는 여유로서는 얼마든지 필요하다. 하지만 본업을 잊고 술과 노름이 주가 된다면 그 결과는 반드시 해악을 끼칠 뿐이다.

세번째는 많은 재물을 모았지만 부모에게는 베풀지 않고 처자식에게만 아낌없이 나누는 것이다. 능력이 있음에도 부모를 모시지 않는 것은 인륜이 무너진 패륜이다.

네번째는 부모가 자식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속물적인 욕심을 채우는 데 급급한 삶을 산다면 세상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때 부모는 자식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는 자책에 빠져 얼굴을 들 수 없게 된다.

마지막으로 자랑할 것이 힘밖에 없는 사람이다. 완력이나 권력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려는 사람은 물론 자신의 힘만 믿고 남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도 이에 해당한다. 이런 사람은 모든 일을 힘으로 밀어붙이려고만 하니 다툼이 그칠 날이 없다. 한시도 부모 마음이 편할 날이 없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곡산향교에서 효를 권장하는 글>에서 성인이 돼 불효하는 이유를 이렇게 지적했다.

“불효의 이유로 두가지가 있으니 바로 여자와 재물이다. ‘어린아이라도 그 어버이를 사랑할 줄 모르는 이는 없다’고 했으니, 이 말은 철모르는 아이도 부모를 사랑할 줄 안다는 것을 이른다. 그러나 내가 볼 때 오직 어린아이라야 그 어버이를 사랑할 줄 알고 자라게 되면 도리어 알지 못한다. 이는 무슨 까닭인가? 여자와 재물에 눈이 멀었기 때문이다.”

재산을 모으고 가정을 꾸리는 이유는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가족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다. 하지만 오직 배우자와 자식의 행복에만 목적을 둔다면 큰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자신의 오늘을 만들어줬던 가정과 그 가정을 만들어준 부모의 사랑을 부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스스로 꾸린 가정은 오롯이 자신의 책임이며, 그 누구의 그늘에도 안주할 수 없다. 하지만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는 정도를 떠나 부모를 배제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극단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맹자는 ‘사람은 하지 말아야 할 바가 있은 다음에 해야 할 일이 있다(人有不爲也而後 可以有爲·인유불위야이후 가이유위)’라고 말했다. 만약 효도하고 싶다면 먼저 불효가 되는 일을 배제할 수 있어야 한다. 맹자의 다섯가지 불효는 유심히 살펴보면 모두 마음에 달린 것이다.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효도를 생각한다면 어릴 적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랐던 자신을 돌이켜볼 일이다.

조윤제 (인문고전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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