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가장 힘들 때 웃어야 하는 이유

입력 : 2020-07-31 00:00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요즘 우리 사회 웃음기 잃고

냉소와 정쟁만 넘쳐나

이제부터 전염병 퇴치하고 웃음꽃 피워야 희망 살아나
 


‘웃으면 복이 온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과연 그럴까. 인간에게 웃음이 주는 의미는 참으로 다양하다. 동서양 역사를 보면 왕 앞에서 웃다가 오해를 받아 목숨을 잃은 사람이 부지기수다. 우리 세대만 해도 교실에서 웃었다고 야단맞고 군대에서 훈련받을 때도 웃다가 기합받는 일이 많았다. ‘내 말이 우습나?’ 이게 시빗거리였다. 사실 웃음의 종류는 다양하다. 폭소·미소·냉소·고소 등이 있다. 웃음소리도, 웃는 모습도 다양하다. 호탕한 웃음, 음흉한 웃음, 비굴한 웃음은 모두 소리가 다르다. 껄껄·깔깔·낄낄·하하·호호·히히·허허·흐흐가 있는가 하면, 소리 없이도 큰 의미를 전하는 ‘염화시중(拈華示衆)’의 미소도 있다.

웃는 모습에는 그 사람의 성격과 인품·교양·기분·의도가 담겨 있다. 웃는 모습이 징그러운 사람은 인성이 거친 경우가 많다. 영화에 사이코패스로 나오는 사람들의 웃는 모습을 보면 그냥 있을 때보다 더 섬뜩하다. 웃음은 인간에게 약일까, 독일까? 의사들은 오래전부터 웃음의 효과를 알아내고 웃음 치료를 활용해왔으며, 근래에는 웃음치료사가 직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분 좋게 웃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신체의 긴장감을 야기하는 에피네프린의 분비가 줄어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동안 밝혀진 웃음의 의학적 효과는 통증 완화, 스트레스 해소, 분노 조절, 혈액순환 개선 등 아주 다양하다.

웃음을 회사 경영에 활용하는 사례도 많다. 어떤 외국계 회사는 채용 면접을 볼 때 ‘마음껏 웃어보라’는 한가지 요청만 한다고 한다. 웃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호감을 주면 합격이다. 평소에 인상만 쓰고 다니다가 갑자기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려고 해도 잘 안되는 이유는 미소 지을 때 사용하는 근육이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잘 웃는 사람들을 채용했더니 영업실적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웃음의 부정적 효과도 있다. 거짓 웃음에 속아 넘어가는 경우다. 표를 얻는 데 목숨 거는 정치인들이나 상대방을 속여야 먹고사는 사기꾼들은 거짓 웃음에 능하다. 이런 웃음에 넘어가면 낭패를 보게 된다. 그들에게 넘어가지 않으려면 입이 아니라 눈을 잘 살펴보면 된다. 심리학자들은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한다. 상대방의 감정이나 의도를 읽을 때는 눈을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표정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읽어내서 잘 활용하는 것이 감성지능인데, 눈이 주는 신호를 잘 읽는 것이 기본이다.

행복한 사회와 불행한 사회의 차이 중 하나는 사람들의 표정이다. 사람들의 표정이 부드럽고 웃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좋은 사회다. 독재국가의 특징은 국가 지도자의 표정이 근엄하고 권위적이다. 사람들의 표정에도 웃음이 없다. 경제가 잘 돌아가는 사회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고 웃음소리가 많다. 요즘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경제 악화, 정쟁 심화, 편 가르기 갈등으로 점점 웃음을 잃어가고 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TV에서도 전국의 시청자들을 웃게 했던 개그 프로그램들이 사라지고 정치 논객들이 나와 서로 싸우는 프로그램만 늘어나고 있다.

이러니 곳곳에서 밝고 맑은 웃음 대신 냉소와 쓴웃음이 넘친다. ‘앙천대소(仰天大笑)’도 있다. 말도 안되는 가소로운 일을 보고 나서 하늘을 보고 크게 웃는 게 앙천대소다. 심지어 변형된 이상한 웃음까지 나타나고 있다. ‘웃프다’는 말은 웃기는데 슬플 때 쓰는 표현이다. 그러니 웃픈 표정은 웃는 것도 아니고 안 웃는 것도 아닌 묘한 웃음이다.

좋은 웃음은 약이고 나쁜 웃음은 독이다. 험난한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하나. 웃음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가지 의미와 효과를 알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가짜 웃음에 속지 말고 복이 오는 진짜 웃음을 지으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지금 대한민국은 점점 밝고 맑은 웃음을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꽃 중의 꽃은 웃음꽃이라는 말도 있다. 이제부터라도 빨리 코로나19를 퇴치하고 정치도 경제도 정상화시켜 웃음꽃을 피워야 한다. 힘든 때일수록 분노의 불꽃 대신 웃음꽃을 피워야 희망이 살아난다.

세계 육상 챔피언인 우사인 볼트가 한 말이 떠오른다. “결승점에 도착하기 직전에는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나는 이 순간에 일부러 웃는다. 틀림없이 영점 몇초는 단축된다.” 최악의 상황에서 웃음의 약효를 활용한 것이 우승 비결인 셈이다. 기분 좋을 때만 웃지 말고 우사인 볼트처럼 힘들 때 웃는 게 지혜로운 삶이다. 그렇다면 지금이 바로 우리가 웃어야 할 때 아닌가.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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