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말을 하는 것인가, 소리를 내는 것인가

입력 : 2020-07-24 00:00

공자 “말은 뜻 전달 가장 중요” 장자 “오락가락하면 그냥 소리”

오늘날 여러 이유로 말 ‘왜곡’ 사회적 지위 있는 사람 다반사

꼭 지켜야 할 것은 ‘선한 양심’ 말하기 전에 항상 생각해봐야
 


초나라의 섭공 자고가 제나라에 사신으로 떠날 것을 명 받았다. 자고는 떠나기 전에 조언을 듣기 위해 공자를 찾았다.

“초왕이 나를 사신으로 보내는 것은 사안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그 일을 잘 감당하지 못할까 걱정입니다.”

공자는 ‘신하로서 군주를 잘 보필하는 것이 당연한 의리이므로,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사신의 일을 잘 감당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하며, 몇가지 충고를 해준다. 그리고 옛말을 인용해 이렇게 말한다.

“말을 함부로 바꾸지 말고, 일을 억지로 이루려 하면 안된다. 정도를 지나치면 넘치게 되고 화를 초래하는 법이다.”

<장자>에 실려 있는 이 고사에서 공자 가르침의 핵심은 ‘말은 뜻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신으로서 맡은 역할을 잘하기 위해 여러 생각을 하다보면 미사여구로 상대방 군주의 마음을 끌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교묘한 말과 치우친 말로 상대를 설득하려고 하면 가식적인 모습이 읽히게 된다. 또 핵심을 짚지 못하는 말은 상대를 지루하게 만든다. 이러한 모습은 상대에게 신뢰를 얻지 못할 뿐 아니라 심하면 상대방의 분노를 사게 된다. 결국 맡은 임무에도 실패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세태를 보면 많은 사람이 여러 이유로 자신의 말을 왜곡한다. 특히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흔히 이런 모습을 보인다.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윗사람에게 아부하기 위해, 혹은 속한 계파의 방침에 맞추기 위해 자기 생각과는 전혀 다른 말을 한다. 공자는 이러한 언행을 ‘교언영색(巧言令色)’, 즉 ‘교묘한 말과 꾸미는 얼굴’이라고 하며 이런 사람은 진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도가의 철학자 장자(莊子)는 더 신랄하다. 이런 사람이 말하는 것은 ‘말’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소리’와 같다는 것이다.

“말이란 바람을 불어 내는 소리가 아니다. 말에는 나타내고자 하는 뜻이 있다. 그런데 그 말이 나타내고자 하는 바가 오락가락한다면 그 말은 말인가, 말이 아닌가? 말이 새의 울음소리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구별이 있을까?”

장자는 당시 가장 영향력 있는 학파인 유가(儒家)와 묵가(墨家)를 비판하면서 이 말을 했다. 유가는 공자를 신봉하는 인(仁)의 철학자들이었고, 묵가는 묵자를 중심으로 하는 겸애(兼愛)의 학파였다. 인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중시하면서 먼저 가까운 사람부터 사랑을 실천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었고, 겸애는 어떤 사람도 차별을 두지 않고 보편적으로 사랑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둘 다 본질을 보면 ‘사랑’으로 사람을 대하고 세상을 다스리자는 것인데, 어설픈 철학과 말의 향연으로 분란을 만드는 것을 장자는 비판했다.

“도는 단편적 지식에 가려지고, 말은 화려한 수식에 가려진다. 그러므로 유가와 묵가는 옳고 그름(是非)을 가리며 다툰다. 저쪽에서 틀렸다고 하는 것을 이쪽에서는 옳다고 하고, 저쪽에서 옳다고 하는 것을 이쪽에서는 틀렸다고 한다. 저쪽에서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을 옳다고 생각하고, 저쪽에서 옳다고 여기는 것을 틀렸다고 생각하느니 차라리 타고난 밝음(明)을 따르는 것이 더 좋다.”

오늘날에도 흔히 볼 수 있는 찬성을 위한 찬성, 반대를 위한 반대를 말하는 것이다. 상대에 대해서는 아무런 판단 없이 무조건 반대하고, 우리 편에서 결정한 것은 무조건 따르는 행태다.

장자는 이런 것들을 모두 ‘말’이 아닌 ‘소리’라고 했다. 자신이 판단하거나 생각하지도 않고 무조건 따르는 것이니 새소리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하나의 해법을 제시한다. 말하기 전에 ‘타고난 밝음(明)’, 즉 ‘천성적으로 받은 선한 마음과 지혜’를 따라 생각하고 말하라는 것이다.

그 어떤 이념이나 출세, 자기과시보다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바로 선한 양심이다. <명심보감>에는 “한마디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천마디 말이 소용없다”라고 실려 있다. ‘내가 하는 말은 과연 말인가, 소리인가?’ 항상 살펴봐야 한다.

조윤제 (인문고전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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