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벼농업 문화와 한국인의 태도

입력 : 2020-07-03 00:00

노동집약적 벼농사 지어 우리민족 공동체문화 발달

벼농업 기초한 성리학 사상 한국인 의식·생활에 영향 줘

코로나 시대 이런 장점 강력 작동
 


벼농업은 한국인의 얼굴이다. 얼굴은 인간의 얼을 담고 있는 그릇이다. 얼굴 모습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인의 얼굴은 주식인 쌀을 통해 형성된 것이다. 아울러 한국인의 얼굴은 벼농업을 가능하게 만든 기후와 토양 덕분이다. 벼농업은 여름철 기온이 30℃ 이상이어야 하고, 벼가 자랄 수 있게 물을 담을 수 있는 논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얼굴이 벼농업의 산물이라면, 한국인의 얼굴은 벼농업이 시작된 시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벼농업을 시작한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1만5000년 전 볍씨가 1998년 충북 청원군 옥산면 소로리에서 출토됐기 때문이다. 구석기시대부터 시작한 한반도의 벼농업은 한국인의 정체성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벼농업은 한민족의 먹거리뿐만 아니라 의식 혹은 생활태도에도 큰 영향을 줬다. 벼농업의 중요한 특징은 공동체의식이다. 우리나라의 벼농업은 중국 강남에서 도입한 이앙법을 이용한다. 이앙법은 아직도 우리나라 벼농법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다. 신석기시대부터 벼농업이 발달한 중국 강남에서는 8월24일을 벼의 생일로 삼아 도신(稻神)을 모셨다.

이앙법의 중요한 특징은 집약농업이다. 집약농업은 아주 짧은 기간에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이앙법은 볍씨를 준비해서 모를 키운 후 논에 옮겨 심는 방식이다. 특히 모를 옮겨 심는 과정, 즉 모내기는 지역과 기후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이모작의 경우 초여름에 집중해서 이루어진다. <맹자>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농사는 ‘때’를 놓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모내기에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논에 김을 매거나 벼를 수확할 때도 마찬가지다. 모내기와 수확과정은 공동체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기계가 등장하기 전까지 벼농업은 결코 혼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동체문화가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벼농업에 기초한 한민족의 삶은 공동체문화에 아주 익숙하다.

벼농업은 ‘우리’라는 단어를 낳았다. ‘우리’는 울타리를 의미한다. 울타리는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하는 정신이다. 두레는 벼농업 문화의 대표적인 조직이다. 두레와 같은 조직이 없으면 벼농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두레 조직은 자연스럽게 협동을 강조한다. 협동은 기본적으로 배려다. 자신만의 생각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운영에 맞게 자신의 생각을 맞춘다. 그래야만 공동체가 존재할 수 있고, 공동체가 건전해야 생존할 수 있다. 노동요는 벼농업에서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벼농업은 매우 힘든 과정이다. 노동요는 힘든 노동을 완화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전국에 노동요 관련 자료가 지금까지 적잖이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다산 정약용의 둘째아들 정학유(1786~1855년)의 한글 ‘농가월령가’가 유명하다.

한국인의 의식과 생활태도는 벼농업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벼농업에 기초한 성리학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조선시대의 지배이념인 성리학은 한민족 마지막 왕조시대의 사상이자 철학이었다. 벼농업은 조선왕조 지배자의 물적 토대였다. 조선시대의 성리학은 기본적으로 주자학이었다. 그래서 주자학이 조선시대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은 대단했다. 주자학은 조선시대 사람들의 일상을 지배했다. 그중에서도 <주자가례>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태도를 지배했다. 그들은 <주자가례>의 내용을 삶과 죽음, 그리고 사후에도 그대로 실천했기 때문이다. 성리학은 철저하게 사람간의 관계를 중시한다. 이같은 성리학 중시는 지배이념으로서 성리학이 사라진 지금도 한국인의 의식과 생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성리학이 중시하는 관계는 수직관계라는 점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수직적 관계성은 한국사회의 젠더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성리학은 봉건사회의 지배이념이라는 점에서 극복의 대상이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다. 더욱이 성리학은 현재 한국사회의 지배이념이 아니라는 점에서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참고 대상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배이념으로서의 위치가 사라지면 쓸 만한 것만 선택해서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보여준 한국인의 태도에는 벼농업 문화와 더불어 성리학의 긍정적인 흔적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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