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통찰력, 숨겨진 가치를 발견하는 힘

입력 : 2020-06-26 00:00 수정 : 2020-06-30 18:36

증기기관·축음기 등 발명품 처음 의도와 다른 용도 찾아

세계 인류 발전에 크게 기여

왕의 선물 부순 친구 꾸짖은 철학자 장자의 조언도 비슷

새로운 안목으로 쓸모 찾아야


창의력은 ‘새로운 생각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다. 창의력이 있는 사람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기발한 생각을 하거나 예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비슷한 용어로 통찰력이 있는데, 그 의미는 좀 다르다. 통찰력은 ‘표면 아래에 있는 진실을 볼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살짝 가려져 있어서 보통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진실을 통찰력이 있는 사람은 본다. 한마디로 그 차이를 요약해보면 창의력은 새로운 것을 창작해내는 능력이고, 통찰력은 그것의 효율적인 용도를 생각해내는 능력이다. 쉽게 말해 창의력 있는 사람은 새로운 ‘무엇’을 발명하고, 통찰력 있는 사람은 ‘그 무엇을 어떻게 사용할까?’의 해답을 찾는다.

제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명저 <총, 균, 쇠>에는 그 차이를 알기 쉽게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약 7만건에 달하는 특허권이 발행된다. 그중에서 상업적인 생산에까지 이르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 쓰일 곳을 찾은 위대한 발명품이 하나 있다면, 그 뒤에는 그렇지 못한 무수한 발명품이 빛도 보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것이다. 또 처음 어떤 필요에 의해 고안됐던 발명품이 나중에 뜻밖의 필요에 따라 더욱 큰 가치가 있음이 밝혀지기도 한다.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고안한 것은 원래 광산에서 물을 퍼내기 위해서였지만, 증기기관은 곧 방적공장에 동력을 공급하게 됐고 다시 (훨씬 더 많은 수익을 거두면서) 기관차와 배를 움직였다.”

에디슨의 축음기, 니콜라우스 오토의 자동차 등 수많은 발명품이 처음의 의도와는 다른 용도를 찾음으로써 인류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었다.

2300여년 전 동양에서도 이 이치를 꿰뚫어 봤던 장자라는 철학자가 있었다. 그에 관한 책 <장자>에 실린 고사다.

송나라에 대대로 세탁을 업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었다. 겨울에도 찬물에 손을 넣는 일이 많아서 그 집안에는 손의 동상을 막아주는 비법이 전수돼왔다. 하루는 소문을 들은 어떤 상인이 백냥에 그 비법을 팔라고 했고, 그 사람은 가족회의를 열어 팔기로 의견을 모았다.

“우리가 평생 세탁 일을 해도 큰 소득을 거두지 못하는데, 이렇게 큰돈을 준다고 하니 그 비법을 팔아버리자.”

결론을 내린 그는 상인에게 비법을 팔았고, 상인은 그 길로 오나라 왕을 찾아가 그 내용을 바쳤다. 마침 천하의 앙숙인 월나라에 내란이 일어나자 오나라는 월나라를 침공했고, 그 비법은 가치를 발휘하게 됐다. 한겨울 수전(水戰)을 치르는 과정에서 오나라 병사는 동상이 생기지 않는 약을 발라 전력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월나라 병사들은 동상으로 제대로 된 전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결국 전쟁은 오나라의 승리로 끝났고, 상인은 큰 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 비법을 팔아버린 송나라 사람은 여전히 세탁 일을 하면서 계속 고생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고사는 원래 장자가 친구 혜시와의 대화에서 했던 말이다. 혜시가 “위나라 왕에게 선물받은 엄청나게 큰 조롱박이 쓸모가 없어 부숴버렸다”고 하자, 장자가 예를 들어 말해준 고사다.

혜시가 친구인 장자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은 자랑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먼저 자신은 위나라 왕에게 선물을 받을 정도의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과시한다. 그리고 비록 왕이 선물했던 귀한 것이라도 아낌없이 버릴 수 있는 호기로운 인물임을 자랑하려고 했다.

하지만 장자가 보기에 혜시는 귀한 물건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한심한 인물일 뿐이었다. 장자는 결론으로 이렇게 말했다.

“손을 트지 않게 하는 방법은 한가지지만, 어떤 사람은 큰 상을 받았고 어떤 사람은 세탁하는 일에서 벗어나지 못했지. 그것은 바로 사용하는 방법이 달랐기 때문이야. 지금 자네는 엄청나게 큰 조롱박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째서 그것을 배로 삼아 강이나 호수 위로 떠다닐 생각은 못하고, 아무것도 담을 수 없다고 불평만 한단 말인가? 자네는 생각이 꽉 막힌 사람일세.”

세상의 모든 것들은 저마다 숨겨진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찾아내는 것은 고정관념과 타성에서 벗어난 새로운 안목과 세심한 관찰력이다. 다른 사람이 미처 생각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남들이 모르는 쓸모를 찾아내는 통찰력, 이것이 바로 세상에 가치를 더하는 소중한 지혜다.

조윤제 (인문고전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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