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나의 말이 미래를 말해준다

입력 : 2020-06-12 00:00 수정 : 2020-06-25 19:53

말과 마음은 서로 영향 미쳐

고운 마음 지니면 말 선하고 말이 예쁘면 마음 아름다워져

람 ‘그릇’과 말투도 닮아

이루고 싶은 목표 있을 땐 합당한 언사 할 수 있어야
 


서한의 철학자 양웅(揚雄)은 <법언>에 “말은 마음의 소리요, 글은 마음의 그림이다. 말과 글을 통해 군자와 소인의 인격이 드러난다(言心聲也 書心畵也 聲畵形君子小人見矣·언심성야 서심화야 성화형군자소인견의)”고 썼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말과 글로 드러내고, 그것으로 자신의 사람됨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체와 마음의 작용은 상호적이다. 말로써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 말이 자신의 마음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선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사람은 그 입에서 나오는 말도 선하고 아름답다. 역으로 선하고 아름다운 말을 습관처럼 쓰면 자신의 생각과 마음도 그 말을 닮게 된다.

마음속에 큰 뜻을 품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품은 뜻이 크고 담대하다면 그 말 역시 당당하다. 반대로 큰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신의 말을 당당하고 담대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당당하고 담대한 말을 습관처럼 하면 그 말이 자신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끼친다. 이와 관련한 고사가 <공자가어>에 실려 있다.

초나라 공왕이 사냥을 나갔다가 활을 잃어버렸다. 신하들이 나서 찾으려 하자 그는 이렇게 말하며 만류했다. “그만둬라. 어차피 초나라 사람이 주울 것인데 뭐 하러 찾겠는가?”

훗날 이 말을 들은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 말에서 초나라를 빼면 어떨까. ‘사람이 잃어버린 것을 사람이 주울 것이다’라고 하면 더 훌륭했을 것이다.”

활을 잃어버린 초나라 공왕의 호연지기가 대단하다. 어차피 초나라 땅에서 잃어버린 것을 초나라 사람이 주워 요긴하게 쓸 것인데 굳이 찾으려 애쓸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 말을 들은 신하들이 공왕의 도량이 매우 넓고 크다고 칭송했다. 하지만 훗날 공자는 굳이 초나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어느 나라 사람이든 사람이 주워 쓰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더 크고 넓은 경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초나라 공왕의 생각이 자신이 다스리는 나라에 한정돼 있다면 공자의 생각은 나라라는 경계를 넘어선다. 공자는 나라의 경계를 넘어 보편적인 인간의 이익이라는 경지를 말하고 있다.

위의 고사는 <공자가어> <설원>을 비롯해 <여씨춘추> 등 많은 고전에 실려 있다. <여씨춘추>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또 한사람의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도가의 대표적 인물인 노자다. 노자는 이 말을 듣고 “공자의 말에서 ‘사람’을 빼는 것이 더 좋겠다”라고 말했다. 노자의 생각은 공자가 말했던 ‘사람’의 한계를 넘어 세상 전체를 함께 품는 것으로, 공자의 사상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 노자는 그 누구도 소유를 주장할 수 없는 천하의 이치를 말하고 있다. 즉, 자연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한계를 넘어 온 천지를 어우르는 노자의 사상은 우리 보통 사람들에게는 상상하기에도 벅차다. 그 차원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돌이켜보면 어떤가? 남보다 더 가지려고 다투고 오직 나의 이익에만 집착한다. 나라의 경계 안에서 소유에 자유로웠던 초나라 공왕, 사람이라는 경계 안에서 더 넓고 보편적인 이익을 생각했던 공자의 모습조차 우리는 상상하기 어렵다.

‘말’이라는 차원에서 이 고사를 생각해보면 사람의 크기에 따라 ‘말의 크기’가 달라지고, ‘말이 담고 있는 의미’가 점차 확대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호방한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말이 자신의 꿈을 닮아 호방해진다. 하지만 눈앞의 일에 집착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사람은 그 말 역시 편협해진다. 자신의 이익만을 따질 뿐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포용하는 말은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말’은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선포하는 의미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하는 말은 물론 혼잣말도 마찬가지다. 혼잣말은 자신에게 들려주는 말이다. 자신의 입에서 나가지만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으로 결국 혼잣말이란 자신에게 선포하는 것이다. <탈무드>는 이렇게 말한다. “남의 입에서 나오는 말보다 자기 입에서 나오는 말을 잘 들어라.”

만약 이루고 싶은 큰 목표가 있다면, 큰 소망이 있다면 그에 합당하게 말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말이 그 사람의 오늘을, 그리고 그 사람의 미래를 말해준다.

조윤제 (인문고전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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