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마을숲과 재난 방지

입력 : 2020-05-22 00:00 수정 : 2020-05-28 13:33

 

마을숲은 우리나라 전통 풍수 사상인 비보풍수(裨補風水)의 현장이다. 비보풍수의 ‘비보’는 ‘부족한 것을 보완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는 비보풍수에 따라 거의 마을마다 숲을 조성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진 마을숲이 적지 않다. 마을숲이 사라진 이유는 마을마다 다르지만, 크게 보면 산업화 과정에서 마을 앞의 길을 넓히거나 고속도로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라졌다. 우리나라에 마을숲이 어느 정도 있었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료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간행한 <조선의 임수>다.

 

풍수 따라 마을마다 숲 조성 산업화 과정서 많이 사라져

호안림·방풍림 등 기능 ‘다양’ 사람들 겪는 상처 치유도 도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 수 없어 정성 다해 관리하고 보호해야




마을숲은 기능에 따라 성황림·호안림·방풍림·어부림·보해림·역사림 등으로 나뉜다. 전국에는 성황림이 적지 않은데 강원 원주시 신림면 성남리 성황림(천연기념물 제93호)은 전국의 성황림 중에서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서낭신을 모신 성황림은 토지신과 함께 마을을 수호하는 우리나라의 전통 신앙이다.

호안림은 강변이나 하천변에 나무를 심어 홍수를 막고 농경지와 마을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경남 함양의 상림은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림이자 호안림이다. 특히 상림은 신라시대 최치원이 조성했다는 점에서 유명할 뿐 아니라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될 정도로 숲의 가치도 높다. 상림은 모두 갈잎나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상림은 최치원이 심었다는 점에서 역사림의 성격도 지닌다. 전남 담양의 관방제림(천연기념물 제366호)도 빼놓을 수 없는 호안림이다. 관방제림은 조선시대 관이 제방에 조성한 숲이라는 뜻이다.특히 관방제림에서는 느릅나뭇과의 갈잎큰키나무 푸조나무의 아름다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경북 안동 하회마을의 만송정숲(천연기념물 제473호)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하회마을과 더불어 아주 귀한 문화재다.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은 해안방풍림과 내륙방풍림으로 나눌 수 있다. 전남 완도군 보길면 예송리에 있는 상록수림(천연기념물 제40호)은 대표적인 해안방풍림이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라서 해풍이 농작물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바닷가에선 쉽게 해안방풍림을 만날 수 있다. 해안방풍림은 주로 소금기에 강한 소나뭇과의 늘푸른큰키나무 곰솔이나 느릅나뭇과의 갈잎큰키나무 팽나무가 많다. 내륙방풍림은 내륙의 바람이나 홍수를 막기 위해 조성한 숲이다. 전국에 아주 많지만, 경북 포항시 흥해읍 북송리 북천수(천연기념물 제468호)와 경북 예천군 용문면 금당실마을 송림(천연기념물 제469호)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어부림은 물고기에게 살기 좋은 조건을 만들어주고자 물가에 나무를 심은 숲이다. 경남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의 물건방조어부림(勿巾防潮魚付林·천연기념물 제150호)이 유명하다. 그러나 이곳 어부림은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 역할도 겸하고 있다.

보해림은 한국 특유의 비보풍수와 가장 잘 어울리는 숲이다. 보해는 마을의 지형적인 결함을 보완하려고 조성한 숲이기 때문이다. 전국엔 보해림이 아주 많지만, 전남 함평군 대동면의 줄나무(천연기념물 제108호)가 유명하다. 줄나무는 향교 근처에 사는 느티나무·팽나무·개서어나무 등을 의미한다. 이곳 나무는 향교 앞의 산이 불기운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그 기운을 누르기 위해 심었지만 바닷바람을 막는 방풍림 역할도 겸한다.

마을숲은 숲 자체만으로도 귀중한 문화재다. 내가 마을숲에 큰 관심을 두는 것은 숲이 역사적으로 재난을 방지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숲은 재난 중에서도 전염병을 예방하는 데도 큰 효과가 있다. 이같은 기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인간이 일상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특히 코로나19로 사람들이 겪는 상처를 치유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숲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 수 없다. 나무를 심은 후 오랜 기간을 기다려야 하고, 정성을 다해 관리해야 한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마을숲의 가치는 한층 높아졌다. 이제부터라도 남아 있는 마을숲의 가치를 인식해야 한다. 혹 마을숲이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각 마을에서는 힘을 합해 숲을 만들기 위한 한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한다. 마을숲은 마을의 근간이자 사람과 함께 방역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강판권은…

▲나무 인문학자 ▲계명대학교 사학과 교수 ▲저서 <숲과 상상력> <나무예찬> <나무철학> <회화나무와 선비문화> <선비가 사랑한 나무>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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