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코로나19 재앙에 새겨보는 두가지 고사

입력 : 2020-05-15 00:00 수정 : 2020-05-16 23:58

태갑 스스로 초래한 ‘자작얼’

하늘이 내린 재앙보다 무서워 철저한 반성 없으면 비극 반복

사마위강 ‘유비무환’도 새길만

평상시 원칙·기강 바로 세워야 위기 닥쳐도 대처 가능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대미문의 재앙이 인류를 덮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큰 위기를 겪고 이제 어느 정도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재확산할 조짐을 보여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재난은 특히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들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지도자들의 교만이나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는 근시안적인 안목이 재앙을 크게 불러왔다는 점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라는 가장 소중한 가치보다 욕심이나 이익과 같은 말단을 더 중시할 때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에 교훈이 될 만한 두가지 고사가 있다. 먼저 <서경(書經)> ‘태갑(太甲)’의 ‘천작얼유가위 자작얼불가환(天作孼猶可違 自作孼不可 )’의 고사다.

태갑은 상나라의 뛰어난 군주였던 탕왕의 손자로, 탕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던 인물이다. 할아버지와는 달리 포악한 성품으로 혹정을 펼쳐 상나라의 창업 공신이자 실권자였던 이윤으로부터 3년간 추방을 당하게 된다. 3년 동안 인고의 세월을 보낸 태갑은 ‘천작얼유가위 자작얼불가환’, 즉 ‘하늘의 재앙은 피할 수 있지만, 스스로 재앙을 부르면 벗어날 수 없다’는 뼈저린 자기반성을 하며 왕좌로 복귀할 수 있었다. 태갑은 자신의 행동이 화를 스스로 불러들인 ‘자작얼’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자작얼은 스스로 뿌린 악의 씨앗이기에 뼈저린 자기반성과 각고의 노력 없이는 돌이키기 어려운 재앙이다. 따라서 태갑은 이를 벗어나기 위해 3년 동안 온 힘을 기울여야 했다. 그에 반해 하늘의 재앙은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는 불운을 말한다. 스스로의 타락이나 불의함으로 비롯된 것이 아니기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벗어날 길이 있고 오히려 더 큰 도약을 이루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보였던 지도자들의 탐욕이 자작얼이라면, 코로나19 그 자체는 바로 천작얼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인류의 노력으로 이겨낼 수 있으나 지도자들의 탐욕은 처절한 자기반성이 없다면 또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다음은 ‘유비무환(有備無患)’의 고사다. ‘유비무환’은 <좌전(左傳)>에 실려 있는데, 그 전문은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라. 생각하면 대비할 수 있고, 대비하면 화를 피할 수 있다(居安思危 思則有備 有備無患·거안사위 사즉유비 유비무환)’이다.

춘추시대 진(晉)나라의 도공에게는 사마위강이라는 신하가 있었다. 그는 사심 없이 법을 적용하는 강직한 신하였는데, 도공의 동생인 양간이 법을 어기자 양간의 마부의 목을 베어버렸다. 왕의 동생을 직접 처벌할 수 없었기에 수하인 마부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다. 양간이 이에 불만을 품고 도공에게 “왕족의 마부를 처형한 것은 왕실을 무시하고 욕보이는 처사”라며 사마위강의 처벌을 원했다. 하지만 도공은 정확하게 그 경위를 조사해 진상을 알게 됐고, 더욱 사마위강을 신임하게 됐다. 얼마 후 사마위강은 나라간의 복잡한 분쟁을 잘 해결했고, 그 답례로 이웃나라에서 보내온 선물의 절반을 도공으로부터 하사받게 됐다. 사마위강은 선물을 완곡히 거절하며 ‘유비무환’을 간언했다.

우리는 흔히 ‘유비무환’이라고 하면 앞으로 닥쳐올 수도 있는 위기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회사나 조직이라면 앞으로 닥쳐올 상황을 잘 읽고 대비하는 것이고, 군대라면 군비를 증강하고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사마위강에 따르면 위기에 대처하는 전제 조건은 바로 평상시에 원칙과 기강이 바로 서 있는 것이다. 올바른 도리가 지켜지고 불의를 용납하지 않는 정의로운 나라가 될 때 어떠한 위기도 이겨낼 수 있고 나라의 평안이 유지될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이 현대의 재난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불시에 다가온다. 그 규모도 전 지구적이다. 우리가 이번 재난을 결코 쉽게 넘겨서는 안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번 재난을 당하면서 혹시 국민의 생명보다 다른 것에 더 치중한 것은 아닌지 반드시 새겨봐야 한다. 또한 재난에 대처하는 모든 과정이 정의로웠는지도 되새겨볼 수 있어야 한다. ‘유비무환’의 자세 없이 또 다른 재앙을 겪게 된다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



조윤제는…

▲인문고전연구가 ▲저서 <이천년의 공부> <천년의 내공> <말공부> <인문으로 통찰하고 감성으로 통합하라>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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