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직언하는 신하 다섯 있으면 나라 잃지 않는다

입력 : 2020-04-03 00:00 수정 : 2020-04-05 00:07

어리석고 무도한 임금이라도 훌륭한 재상 있으면 나라 존립

신하는 올바른 길 제시하고 군주는 겸손·절제로 수용할 때

어떤 위기도 극복할 수 있어



<논어> ‘헌문’을 보면 공자가 노나라의 실권자인 계강자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공자가 위령공의 무도함을 말하자 계강자는 이렇게 반문한다.

“무도한 데 왜 망하지 않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중숙어가 빈객(賓客)을 접대하고, 축타가 종묘(宗廟)를 관리하고, 왕손가는 군대(軍旅)를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망하겠습니까?”

위령공은 재위하는 동안 많은 실정을 저지른 무도한 임금이었다. <논어>에도 위령공이 몇번에 걸쳐 나오는데 한결같이 그의 어리석음과 무도함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인물이라도 자기 직무를 잘 수행하는 훌륭한 재상들이 있으면 나라가 보존된다는 가르침이다. 그 당시 위나라에서 중숙어는 외교, 축타는 내치, 왕손가는 국방을 맡아 잘 이끌고 있었다. 이들 분야는 나라를 다스리는 가장 중요한 축이라고 할 수 있다.

뛰어난 인물들이 이처럼 나라의 중요한 요직을 맡아 잘 다스리고 있으므로 설사 군주가 부실하고 부도덕해도 위나라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다.

흔히 보듯이 무도한 권력자는 간신들의 농간에 넘어가 충신을 쉽게 내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위령공은 비록 무도했지만 그런 점에서는 예외였다. 사람을 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말해주는 고사다.

공자와 대화를 나눴던 계강자는 그 당시 노나라의 정치를 농단했던 인물이다. 노나라의 임금 역시 무능하고 무력한 존재였고, 계강자가 실권을 쥐고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었다.

공자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계강자에게 신하로서의 본분을 지키고 맡은 바 일을 제대로 해야 나라가 존립할 수 있다는 간접적인 가르침을 준 것이다. <효경(孝經)>에는 이러한 공자의 가르침을 잘 말해주는 문장이 실려 있다.

“천자에게 직언하는 신하 일곱명이 있으면 비록 자신이 무도하더라도 천하를 잃지 않는다. 제후에게 직언하는 신하가 다섯이 있으면 비록 자신이 무도하더라도 나라를 잃지 않는다. 대부에게 직언하는 가신 셋이 있으면 비록 자신이 무도하더라도 집안을 잃지 않는다. 선비에게 직언하는 친구가 있으면 아름다운 명성이 떠나지 않는다. 아버지에게 직언하는 자식이 있으면 아버지는 의롭지 않은 일에 빠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불의한 일을 당하면 자식은 아버지에게 간언하지 않을 수 없고, 신하는 임금에게 간언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를 이끄는 군주는 물론 그 누구라도 직언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야 군주는 나라를 잃지 않고, 대부는 집안을, 선비는 아름다운 명성을 잃지 않는다. 가정을 이끄는 아버지는 의롭지 않은 일에 빠지지 않고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여씨춘추(呂氏春秋)>에는 “망국의 군주에게는 직언할 수 없다(亡國君主不可以直言·망국군주불가이직언)”는 구절이 있다.

이미 망해버린 군주에게는 나라도 신하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당연히 직언을 할 수 없다. 역설적인 말이지만 그만큼 직언을 듣지 않는 군주는 나라를 지키기 어렵다는 것을 실감 나게 일러준다.

이로 볼 때 군주가 나라를 잃지 않고 잘 다스리려면 조건이 있다. 먼저 직언을 할 수 있는 훌륭한 신하를 뽑아 곁에 두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나라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거나 군주가 잘못된 판단을 할 때 군주의 안색을 거슬러서라도 올바른 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오직 말 잘 듣는 신하, 생각이 같은 신하만 곁에 두면 마음이 든든할지는 몰라도 이들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또한 신하들이 직언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군주가 독단적이고 고압적이라면 그 어떤 직언도 불가능하다. 끝으로 군주 스스로 직언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겸손과 절제가 있어야 한다. 아마 가장 중요한 조건일 것이다. 아무리 강직한 직언을 해도 군주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능력과 소신 있는 신하를 뽑고, 이들과 함께 충심으로 힘을 합치면 어떤 상황에서도 나라를 지킬 수 있다. 위기의 때라면 더욱 그렇다.
 



조윤제는…

▲인문고전연구가 ▲저서 <이천년의 공부> <천년의 내공> <말공부> <인문으로 통찰하고 감성으로 통합하라>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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