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위기에 필요한 지혜…‘논어’의 마지막 문장

입력 : 2020-03-06 00:00 수정 : 2020-03-08 00:10

군자의 세가지 자격 담겨 있어

선한 본성·운명인 ‘천명’ 따르되 어려움 닥치면 스스로 길 찾아야

인의예지 충실한 삶 추구하고 말의 신중함 배우는 것도 중요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은가?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않은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면 또한 군자답지 않은가?’

<논어>의 첫 문장으로 ‘學而時習之 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로 시작하는 원문으로도 잘 알려진 글이다. 배움과 신실한 교제, 그리고 겸손한 처신을 통해 군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다짐이자 그 즐거움을 말하고 있다.

<논어>의 마지막 문장은 첫 문장만큼 잘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공자 철학사상의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책의 관점에서 보면 결론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바로 ‘군자의 자격’을 말하고 있다. 공자가 이상적인 인물로 추구하는 ‘군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세가지다.

‘천명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고, 예를 알지 못하면 세상에 당당히 나설 수 없으며,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 없다(不知命無以爲君子也 不知禮無以立也 不知言無以知人也·부지명무이위군자야 부지례무이립야 부지언무이지인야).’

천명은 ‘하늘의 뜻’을 말하며 두가지 의미가 있다. 한가지는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선한 본성을 말한다. 공자의 학문을 이은 맹자는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하면서 사람은 누구나 하늘로부터 선한 본성을 부여받았다고 했다. 선한 본성을 지키며 사는 것이 바로 하늘의 명, 즉 천명을 지키는 것이다.

또 한가지 의미는 사람으로서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을 말한다. 맹자는 “운명이 아닌 것이 없으니, 바른 운명은 순응해 받아들이라(莫非命也 順受其正·막비명야 순수기정)”고 했다.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 아무리 가진 것이 많아도, 아는 것이 많아도, 지혜와 통찰력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공자가 광땅에서 위기에 처했을 때 안달하던 제자 자로를 가르쳤던 말이 핵심을 찌른다.

“곤궁에는 운명이 있음을 알고, 형통에는 때가 있음을 알고, 큰 어려움에 처해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성인의 용기다.”

이 말은 운명에 무조건 굴복하라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이 닥치면 조용히 관조하며 때를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상황을 정확히 보고 판단하고 헤쳐나갈 길을 찾을 수 있다. 만약 위기에서 당황하거나 두려움에 떨며 조급해한다면 오히려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천명을 알아야 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뜻이다. 하늘의 명령을 지켜 바른 삶을 살아가고, 만약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닥치면 다른 사람 탓도, 환경 탓도 하지 말고 스스로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예를 알아야 한다는 것은 인의예지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공자는 ‘인(仁)이 무엇인지’ 묻는 수제자 안연에게 극기복례(克己復禮)를 가르쳤다. 먼저 자신을 바르게 하는 극기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예의 정신을 갖추라는 것이다. 인(仁)은 개인 수양의 목표이자 이상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공자의 핵심철학이다. 안연이 구체적인 실천방법에 대해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행동하지 말라(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비례물시 비례물청 비례물언 비례물동).” 예를 기반으로 삶을 사는 것이 인(仁)을 실천하는 길이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지 못한다는 것은 ‘말은 곧 그 사람 자신이다’라는 명제와 같은 뜻이다. 말에 경솔했던 제자 사마우가 인을 묻자, 공자는 “인한 사람은 말을 신중하게 한다”라고 가르쳤다. 사람의 됨됨이는 말로써 알 수 있으니 말의 신중함부터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통해 그 사람됨을 알 수 있는 통찰력이 있어야 하므로 군자라면 말공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가르침이다.

천명과 예, 그리고 말을 알아야 진정한 군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공자 가르침의 핵심이자 <논어>의 결론이다. 공자는 바로 그런 사람과 함께 공부하고 수양하며, 세상을 바로잡는 일을 도모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졌다.

유례없는 위기로 암울하고 답답한 현실이다. 이러한 때, <논어>를 전부 읽을 여유가 없다면 마지막 문장을 새겨 지혜를 얻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조윤제는…

▲인문고전연구가 ▲저서 <이천년의 공부> <천년의 내공> <말공부> <인문으로 통찰하고 감성으로 통합하라>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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